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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아우르는 맛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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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아우르는 맛의 즐거움

이스탄불=김동욱 기자 입력 2020-01-18 03:00수정 2020-01-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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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스탄불 미식 기행|
홍합과 밥이 안에 들어간 일명 홍합밥인 미드예 돌마. 간단한 간식으로 좋다. 배를 채우려면 20개 이상 먹어야 한다.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이 마주 보는 곳에 자리 잡은 터키. 국토의 97%가 아시아 대륙에 있지만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 사이로 절반이 유럽, 나머지 절반이 아시아에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출퇴근을 하는 사람도 많다. 터키의 매력은 이런 두 대륙, 두 문화의 조화에 있다. 이런 점은 음식에도 잘 나타난다. 동양과 서양 음식이 조화롭게 융화한 것이 터키 음식이다. 이스탄불의 식탁에서 다양한 ‘문화 융합’을 맛볼 수 있다.

터키인의 아침식사

터키인들의 아침 가정식. 크게 조리가 필요 없는 채소와 빵 등이 식탁에 올라온다.
‘카흐발트’라 불리는 터키식 아침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게트와 비슷한 빵인 에크메크와 참깨를 뿌린 빵인 시미트. 우리나라 쌀밥처럼 터키인들에겐 주식이다. 그 외에 차려지는 음식 개수가 많다. 4, 5가지 종류의 터키 치즈와 잼, 올리브, 무화과를 비롯한 과일, 견과류, 그리고 토마토와 오이 등 싱싱한 채소가 나온다. 에크메크, 시미트와 찰떡궁합인 카이마크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국내에도 소개된 터키식 버터다. 우유를 끓일 때 나오는 지방만 모아 만든 버터로 부드럽고 달콤해 혀에 닿자마자 녹는 느낌이다.


좀 더 따뜻하고 든든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메네멘이 제격이다. 계란, 양파, 고추, 토마토, 햄, 치즈 등을 넣어 만든 걸쭉한 음식으로 주로 빵에 찍어 먹는다. 약간 매운 토마토 파스타 맛. 메네멘을 한 숟갈 떠서 빵에 올려 먹으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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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카이마크, 메네멘, 뵈레크.
뵈레크도 터키인들이 아침에 많이 찾는 음식이다. 얇은 밀가루 반죽을 한 장 한 장 올린 뒤 다진 고기, 감자, 시금치 등을 안에 넣는다. 바삭한 빵의 질감과 촉촉한 소의 조화가 좋다. 올리브유를 뿌린 토마토, 오이 샐러드인 살라타를 곁들이면 느끼함을 잡아준다. 카라쾨이에 있는 레벤트 뵈레크는 1968년 문을 연 뵈레크 맛집이다.

커피와 홍차는 터키인의 동반자

터키인에게 홍차와 커피는 동반자와 같다. 터키인들은 홍차를 식사 때뿐만 아니라 수시로 마신다. 거의 물처럼 마신다. 우리나라 같으면 저녁에 남자들이 모이면 술잔을 기울이겠지만, 터키 남자들은 찻집에서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터키 홍차는 아름다운 잔부터가 시선을 당긴다. 손잡이가 없는 유리잔. 처음 잔을 받았을 때는 뜨거운 홍차를 어떻게 마실까 살짝 고민됐지만 곧 잔 끝을 살짝 잡고 한 모금 마시는 요령이 생겼다. 이 때문에 터키인들의 치아가 좋지 않다는 설도 있다.

숯불로 끓여 만드는 터키 커피.
터키에도 해외에서 들어온 커피 전문점들이 있다. 하지만 터키인들은 여전히 터키 전통 커피를 사랑한다. 터키 커피는 만드는 과정부터 독특하다. 황동 주전자에 커피 가루를 넣고 숯불에 올려 끓인다. 어느 정도 끓여지면 커피 가루를 가라앉히기 위해 몇 분 정도 그대로 놔둔다. 커피 가루가 그대로 담겨 향과 맛이 강한 편이다. 커피를 다 마실 때쯤에는 커피 가루가 입술에 묻어 나온다. 최근에는 숯불을 쓰지 않고 달궈진 돌을 사용해 끓이기도 한다.

터키가 주는 즐거움

‘터키가 주는 즐거움(터키시 딜라이트)’이라고 불리는 터키 젤리 로쿰은 터키를 대표하는 간식이다. 옥수수 전분과 설탕을 주재료로 레몬, 민트, 블루베리, 생강 등 다양한 재료로 맛을 낸다. 여기에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로 속을 채운다. 한 입 크기로 잘라져 있어 먹기에도 편하다.

자페르 에롤은 1807년부터 로쿰을 팔기 시작한 전문점. 다양한 로쿰들이 있다.
터키시 딜라이트는 1777년 제과사 하즈 베키르에 의해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카디쾨이 지역의 골목에 하즈 베키르 이름을 단 로쿰 전문점이 있다. 1777년 문을 연 역사와 전통의 전문점으로 이스탄불에서 꼭 방문하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좁은 매장은 항상 북적인다. 혼잡한 1층과 달리 2층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열대 아프리카 지역이 원산지인 타마린드로 만든 음료수인 데미르힌디 셰르베티는 꼭 먹어보자. 새콤달콤한 맛이 여행의 피곤함을 가시게 한다.

하즈 베키르에서 걸어서 3분 거 만하다. 하즈 베키르가 클래식하다면 이곳은 현대적인 감성이 있는 곳이다. 여성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모양의 로쿰이 많다. 로쿰을 기념품으로 많이 사지만 단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터키 현지인들은 공항이나 대형 마트보다 로쿰 전문점에서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우리 입맛에 딱!

터키는 지중해와 흑해와 붙어 있는 나라답게 해산물 음식이 많다. 터키인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는 홍합밥(미드예 돌마)은 별미 중의 별미다. 홍합 살과 밥에 양념을 더해 섞은 뒤 다시 홍합 껍데기 안에 넣어 만든다. 홍합 껍데기를 숟가락 삼아 떠먹으면 된다. 하나에 보통 1리라(약 200원)로 단가는 비싸지 않지만, 성인이라면 10∼20개 정도는 먹어야 먹었다는 느낌이 든다.

석류와 오렌지 주스를 파는 가게. 석류 주스는 신맛이 강해 오렌지와 섞는 것이 좋다.
코코레치라고 불리는 양곱창 바게트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음식 중 하나다. 잘게 썬 양곱창에 각종 야채를 넣어 바게트 안에 넣은 음식. 매콤하다. 체인점인 미드예지 아흐메트에서 미드예 돌마와 코코레치 모두 맛볼 수 있다.

터키 절임 음식인 투르슈는 고춧가루가 빠진 물김치 맛과 비슷한 발효 음식이다. 터키인들은 다양한 재료로 절임을 한다. 마늘, 칠리 페퍼, 콜리플라워, 당근, 사탕무, 양배추, 가지 등을 레몬소금물에 담가 먹는다.

투즈다 발르크는 식탁에 내어 놓는 과정이 특이한 요리다.
화려한 불쇼에 ‘눈 호강’까지

소금을 사용한 농어구이인 투즈다 발르크는 식탁에 내어 놓는 과정이 특이하다. 수레에 하얀색의 소금이 덮인 정체불명의 음식이 나온다. 여기에 알코올을 붓더니 불을 붙인다. 음식에 장난치는 것 같은 느낌? 불이 꺼지면 직원이 망치를 가져와 굳어진 소금을 깬다. 소금을 살살 걷어내면 모락모락 김을 내면서 뽀얀 자태를 드러낸 농어가 등장한다. 주방에서 다 익혀서 나온 것으로 불쇼는 쇼에 가깝지만 눈이 즐거워 혀까지 기대된다. 농어를 포크 두 개만 사용해 살을 발라 접시에 내놓는다. 여기에 구운 채소를 곁들인다. 소스를 발라 먹으면 좋다.

그래도 케밥이라면

이스켄데르 케밥(위)과 베이티 케밥.
그래도 ‘터키에 왔으면 케밥을 꼭 먹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조금은 색다른 이스켄데르 케밥과 베이티 케밥을 추천한다. 케밥은 구이를 총칭하는 말. 터키에서는 그 종류만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중 이스켄데르 케밥은 터키 서북부 부르사 지역의 이스켄데르라는 요리사가 19세기 말에 만든 케밥이다. 그는 지금의 세워서 고기를 굽는 회전 방식을 처음 만든 요리사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이스켄데르 케밥은 소고기에 양고기 기름을 발라 구운 뒤 고기를 얇게 썰어 내놓는다. 여기에 둥글고 납작한 피데빵에 토마토소스를 더했다. 먹을 때 요구르트를 묻히면 상큼함이 느끼함을 압도한다. 베이티 케밥도 이스켄데르 케밥과 마찬가지로 요리사의 이름을 딴 케밥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야채와 고기, 빵이 돌돌 말려 나온다. 쿠즈군주크의 케밥 맛집인 메테트 쾨즈데 되네르는 이스탄불 10대 케밥집으로 몇 번 선정된 맛집이다. 이스켄데르와 베이티 모두 맛볼 수 있다.

소고기나 양고기를 꼬치에 꿰어 구운 뒤 만드는 베이티 케밥.
팁+ △카흐발트를 내놓는 식당을 이스탄불 시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만약 시간이 없다면 동네 빵집에서 시미트와 에크메크, 카이마크를 사서 벤치에 앉아 먹어도 좋다. △양고기를 싫어한다면 소고기 케밥도 먹기 전에 잘 살펴볼 것. 대부분 양고기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터키 커피는 가루가 덜 가라앉으면 조금 텁텁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해외에서 맛집은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는 것보다는 현지인이 많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이스탄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터키#카이막#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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