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빠짐없이 日 찾아 한일교류 교육봉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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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일본 오사카 금강학교에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김하연 씨(18·왼쪽)와 고려대 역사교육과 1학년 신유나 씨(19)가 삼국시대 백제가 왜왕에게 하사한 칠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인 제공
24일 일본 오사카 금강학교에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김하연 씨(18·왼쪽)와 고려대 역사교육과 1학년 신유나 씨(19)가 삼국시대 백제가 왜왕에게 하사한 칠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인 제공
“초성 ‘ㄱ’, ‘ㄴ’으로 이뤄진 단어를 가장 많이 만든 팀이 이기는 거예요!”

23일 오전 11시경 일본 교토(京都)의 한국학교인 교토국제학교에서 ‘한글 게임’이 시작됐다. 초등학생 12명이 2개 조로 나뉘어 주어진 초성에 맞는 단어를 적어 내는 게임이다. 잠시 고민하던 아이들은 ‘가난’ ‘고뇌’ 같은 단어를 앞다퉈 종이에 써 내려갔다. 한 학생이 ‘구닌(군인)’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지켜보던 한 대학생이 정확한 맞춤법을 설명해주자, 학생은 ‘이제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게임을 준비한 건 한국의 대학생 교육기부단체인 ‘국인’ 소속 학생들이다. 국인은 ‘국가적 인재, 국제적 인재’를 뜻한다. 2004년 자발적으로 모인 대학생들이 국내외 초중고교생에게 자신들이 가진 지식과 재능을 나눠 주고 있다. 일본 방문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2009년부터 매년 일본 내 한국학교에 가서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있다.

올해는 19일부터 8월 3일까지 대학생 80명이 교토국제학교와 일본 오사카(大阪)의 건국학교, 금강학교 등을 방문 중이다. 학생 수가 적게는 154명, 많게는 447명이고 정식 학력을 인정받는 학교다. 학생 대부분은 재일교포이지만 최근 한류 인기에 힘입어 순수 일본 학생도 적지 않다.

최근 한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대학생들이 찾은 한국학교의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각 학교에서는 △떡볶이 만들기 △색종이로 한복 접기 △한국어로 토론하기 △태권도 배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고려대 역사교육과 1학년 신유나 씨(19·여)는 “삼국시대 때 칠지도(七支刀)를 설명하며 백제와 일본의 가까웠던 역사를 소개하자 한 일본 학생이 태극기와 일장기를 그린 뒤 ‘한국과 일본은 친구’라는 글을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한국학교를 찾은 대학생들은 이 같은 활동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하연 씨(18·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는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돼 솔직히 비행기 타는 순간까지 걱정스러웠다”며 “하지만 한국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보니 우리의 작은 걸음이 하나로 모이면 큰 갈등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국인 대표는 “사실 최근 상황 때문에 잠시 활동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순수 민간 교류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교토·오사카=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오사카 금강학교#한일교류 교육봉사#교토국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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