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소리 줄어 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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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모기 퇴치 연구

부르키나파소대 연구팀이 불임 모기를 키우기 위해 만든 웅덩이에서 모기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대 제공
부르키나파소대 연구팀이 불임 모기를 키우기 위해 만든 웅덩이에서 모기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대 제공
날씨가 습하고 더워지자 어김없이 모기도 돌아왔다. 6월에서 9월까지 개체수가 많아지는 모기는 여름철 대표적인 불청객이다. 모기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피를 빨며 귀찮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 위험한 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7년 말라리아로 세계에서 약 43만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15일 뎅기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인천에서 처음 발견되기도 했다.

위험한 질환을 옮기는 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과학적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모기를 아예 박멸하는 ‘매개체 제어’ 방식을 활용한다. 매개체 제어는 병을 옮기는 벌레나 새, 쥐 등 여러 수단을 활용해 박멸하는 것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모기에게만 치명적인 균을 퍼뜨리는 방법, 방사선을 쬐이거나 유전자 조작으로 모기를 불임으로 만드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모기 퇴치 연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즈융 미국 미시간주립대 미생물학 및 분자유전학부 교수 연구팀은 수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드는 ‘볼바키아균’과 암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드는 방사선 기술을 조합해 모기를 박멸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 결과를 1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볼바키아균은 불임 효과는 확실하지만 수컷 모기만 일일이 분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 균을 활용하면 감염된 수컷 모기와 정상인 암컷 모기가 짝짓기해 낳은 알은 부화하지 않아 개체수가 줄어든다. 하지만 암컷 모기도 감염되면 불임 효과가 없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감염된 모기를 풀 때 약간의 암컷 모기만 포함돼도 효과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볼바키아균을 활용할 때는 수컷 모기만 풀어야 한다. 성별로 번데기의 크기가 달라 암컷과 수컷을 구별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암컷 번데기를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


연구팀은 볼바키아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방사선 기법을 추가했다. 지금까지는 방사선을 쬐여 불임으로 만드는 방법은 주로 수컷에게 활용됐지만 이 역시 문제는 방사선에 노출된 수컷 모기들이 자연 모기와의 번식 경쟁에서 힘을 잃어 효과가 덜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암컷을 노렸다. 암컷만 불임으로 만드는 특정 방사선을 쬐여 볼바키아균에 감염된 암컷이 번식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볼바키아균에 감염된 모기 중 암컷 개체수가 섞여도 모기 퇴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방식에 비해 10배 많은 수의 볼바키아균 감염 모기를 자연에 방출하는 게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한 2년간의 실험을 통해 병을 옮기는 모기 중 하나인 흰줄숲모기 박멸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중국 광저우 내 강가 두 곳에 ha당 16만 마리의 모기를 풀었다. 2016, 2017년 두 차례 실험한 결과 모기 개체수 감소율은 평균 94%에 달했다. 인간을 무는 비율은 96.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 교수는 “처음에는 실험의 효과를 의심했던 주민들의 반응도 좋아졌다”며 “주민의 실험 지지율은 실험 전 13%에서 실험 후에는 54%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볼바키아균과 방사선을 결합한 모기 퇴치 연구는 분명 인류에게 도움을 주지만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제어한다는 우려도 있다. 인위적으로 먹이사슬을 조절하면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고 유전자 변형이나 균류를 활용하는 경우 예기치 못한 돌연변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천적을 활용해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고도 모기를 퇴치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모기 유충만을 잡아먹는 모기인 광릉왕모기 사육 기술을 2017년 개발했다. 국립생태원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박쥐가 하루에 모기를 3000마리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충남 청양에 박쥐 집 45개를 만들며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모기를 죽이는 성질을 지닌 곰팡이에 거미 독을 결합해 서아프리카에서 모기 퇴치 실험에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모기 퇴치#지카바이러스#볼바키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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