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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잘못된 논문에 상처입은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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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잘못된 논문에 상처입은 ‘슬라임’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1-24 03:00수정 2019-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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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팀 “EU 독성기준 7배”
삼켰을 때 몸에 남는 기준치를 제품에 함유된 붕소량으로 오인
실제보다 과장… 공포감 부추겨

큰 인기를 끌었던 슬라임(액체괴물)에서 유럽연합(EU) 기준치의 최대 7배에 달하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혀 슬라임 불매 운동에 큰 영향을 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의 분석 결과가 실제보다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EU 기준은 슬라임을 삼켰을 때 몸에 남는 붕소의 양(예상 섭취량)에 대한 기준치인데 연구진이 슬라임 속에 든 붕소 전체의 양(함량)에 대한 기준치로 오인한 결과다. 국책 연구비를 써 얻은 연구 결과가 오히려 국민에게 혼란만 준 셈이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팀은 “시중 슬라임 제품의 붕소 함량을 분석한 결과 kg당 75∼2278mg의 붕소가 검출됐고 30개 중 25개가 EU의 완구 내 붕소 함량 기준인 kg당 300mg을 초과했다”고 지난해 12월 18일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연구진이 논문에서 언급한 EU 표준문서인 ‘장난감안전기준(EN 71)’ 원문에 따르면, kg당 300mg은 장난감 속 붕소 함량이 아니라 ‘입으로 삼킨 장난감이 위 속에서 2시간 머물 때 위산에 의해 녹아 나올 수 있는 붕소의 양’에 대한 기준치로 확인됐다. 이는 다른 말로 ‘용출량’이라고 한다.

본보가 대한화학회와 함께 이를 확인하고 이 교수와 통화한 결과 이 교수는 “사실이라면 용출량을 다시 계산해야겠다.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은 통화에서는 “사전에 EU 표준문서의 분석법을 알고 있었지만, 규제를 위한 게 아니라 연구이기 때문에 비슷한 방법으로 측정한 것”이라며 “결과에 큰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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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용출량은 함량보다 훨씬 적다”며 “서울대 논문은 EU 표준문서를 인용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분석 방법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덕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장(서강대 화학과 교수)도 “함량과 용출량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려면 이를 입증해야 한다. 학술적으로도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기영 교수 팀은 어린이용품의 환경유해물질 연구를 위해 환경부로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총 13억6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1일부터 EU와 동일한 기준으로 장난감의 붕소 용출량을 규제하고 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슬라임#액체괴물#서울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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