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태양의 꿈’에 다가선 中인공태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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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학원 “태양 내부온도 10배 달성”
방사선 없이 인류 100억년 사용, ‘꿈의 에너지’ 핵융합 발전 성큼
한국, 내년 10초간 1억도에 도전… 美 등 35국 연합도 수초 유지 그쳐

중국이 태양처럼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조건인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고온 고압에 의해 원자의 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에 의한 발전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과학원은 12일 과학원 소속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 플라스마 물리연구소가 자체 제작한 핵융합 실험 원자로에서 “최근 플라스마 중심 온도가 태양 내부 온도의 10배인 1억 도에 이르고 발열 에너지가 10MW를 넘어섰으며 플라스마 에너지 축적을 300kJ(에너지 측정 단위))까지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학원은 이 실험 원자로(EAST)가 세계 최초의 비(非)원형 단면 형태 초전도 토카막(도넛 모양의 핵융합장치) 장치이자 중국의 4세대 핵융합 실험 원자로라고 소개했다. 이 실험은 최근까지 4개월간 계속됐다.

과학원은 태양이 타오르는 핵융합 원리를 이용한 이 실험 원자로를 ‘인공 태양’이라고 불렀다. 핵융합은 수소와 삼중수소를 토카막의 진공 용기 내부에 자기장으로 가둬 원자핵들이 충돌해 융합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다.

이 핵융합 에너지는 원료인 수소를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사선도 발생하지 않아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하지만 강한 중력 때문에 1000만 도에서도 핵융합 반응이 잘 일어나는 태양의 중심과 달리 지구의 원자로에서 핵융합 반응이 안정적으로 일어나려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가 필요하다. 이를 이번에 중국이 성공시킨 것이다. 다만 고온의 플라스마가 안정적으로 장시간 유지돼야 지속적인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다. 중국은 1억 도 플라스마 상태를 얼마 동안 유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플라스마 중심 온도 5000만 도를 101.2초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원 측은 “인공 태양 실험의 목표는 바닷물에 많이 있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해 높은 온도에서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해 인류에게 무한대의 청정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1000MW 규모 핵융합 발전소는 매년 304kg의 중수소만으로 1000MW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바닷물에 포함된 45조 t의 중수소만 있으면 인류가 100억 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태양의 수명보다 길다.

과학원은 “미래 핵융합 원자로의 안정적인 운용에 필요한 물리적 조건에 근접했다”고 자평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중국의) 이 원자로가 인류에게 필요한 청정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인공 태양 방식의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 35개국이 참여해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1억 도 이상의 플라스마 유지 시간이 단 몇 초를 넘지 못했다.

중국은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도 이 프로젝트와 별도로 자체 핵융합 굴기(굴起)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핵융합 원자로 기술에서 이미 미국을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개발을 견제하자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해 중국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국가핵융합연구소는 내년에 1억 도 플라스마를 만들어 10초 동안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힌 바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태양 내부온도 10배 달성#인공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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