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즈’ 부부 만화가 “여주인공을 왜 이렇게 그리냐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8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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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사남매 육아툰을 그리는 남지은-김인호 부부가 6일 경기도 용인 자택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네이버에서 사남매 육아툰을 그리는 남지은-김인호 부부가 6일 경기도 용인 자택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만화가를 꿈꾸던 두 사람이 있었다. 대학 동기로 만난 둘은 1999년 겨울 사랑에 빠진다. 그로부터 2년 후 군입대한 남자를 위해 여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두 통의 편지를 써 보낸다. 떨어져 지낸 2년여가 무척 애틋했던 두 사람은 남자가 제대한 뒤 6개월 만에 결혼한다. 이후 네 아이를 두고 함께 지내온 18년을 만화로 기록해온 두 사람. 남지은(38) 김인호(37) 부부 만화가를 6일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만났다.

이들의 연애담을 그린 '럽스토리'(2004), 군 생활 때 주고받은 1600여 통의 편지를 한 권으로 묶은 '군바리와 고무신 러브레터'(2005), 부모가 되어 4남매와 살아가는 일상을 담아낸 '패밀리사이즈'(2015)는 부부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라조 패밀리'(2002)로 데뷔한 남 씨와 농구 만화 '지랄발광'(2004)이 데뷔작인 김 씨가 역할을 나누어 작업한 만화는 대부분 판타지·로맨스 장르다. 남자는 여자의 고통을, 여자는 남자의 슬픔을 대신 느낀다는 내용의 '사랑일까'(2012), 헤어진 다음날이 무한 반복된다는 설정의 '헤어진 다음날'(2016)이 대표적이다. 웹드라마로 제작된 '헤어진 다음날'은 웹툰 원작 최초로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먼저 공개됐다.

네이버에서 사남매 육아툰을 그리는 남지은-김인호 부부가 6일 경기도 용인 자택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네이버에서 사남매 육아툰을 그리는 남지은-김인호 부부가 6일 경기도 용인 자택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대신 느낀다는 설정은, 첫째 아들 션이가 심하게 아픈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들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나온 아이디어예요."(김)

남편이 그리는 작품엔 재미난 공통점이 있다. 모든 작품의 여주인공이 묘하게 한 사람을 닮았다는 사실. 밤톨 모양 얼굴에 자그마한 눈코입이 자리한 얼굴, 바로 아내 남지은 작가다.

"'닮게 그리지 말아야지' 의식하며 그리는 데도 눈 뜨면 매일 보는 얼굴이라 그런가 봐요."(김) "몇몇 독자들로부터 '남자는 되게 멋있는데 여자는 왜 이렇게 그리냐'는 얘기가 종종 들려와요 (웃음)."(남)

'소꿉놀이' 하듯 시작했다는 이들의 결혼생활은 만화보다 더 만화적이다. 800일 남짓 날마다 편지에 '제대하자마자 우리 결혼하자'고 적었다던 둘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 700만 원으로 혼수 하나 없는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네이버에서 사남매 육아툰을 그리는 남지은-김인호 부부가 6일 경기도 용인 자택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네이버에서 사남매 육아툰을 그리는 남지은-김인호 부부가 6일 경기도 용인 자택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요즘은 어떨까? 직접 지어올린 3층 집에서 살아가는 여섯 가족은 단 하루도 허투루 흘러 보내지 않고 만화로 기록한다. 연년생 형제 션과 뚜, 그리고 셋째 아들 현과 마침내 태어난 넷째 딸 랄라까지. 4남매의 성장담을 그린 '패밀리사이즈'는 연재한지 4년째로 접어들었다.

"'패밀리 사이즈'는 우리 가족에겐 보물로 남을 소중한 작품이에요. 아이들이 허락한다면 10년이라도 쭉 그리고 싶어요."(남&김)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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