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심, 中의 통제강화에 불만 분출… 시진핑 리더십 상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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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선거 ‘反中’ 압승]홍콩언론 “민심이반 쓰나미 휩쓸어”
시위진압 강조한 中당국 심판… 친중파 거물급 인사 줄줄이 낙선
직접선거로 뽑는 구의회 권력교체, 간접선거 행정장관 선출에도 영향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 거세질듯

홍콩 시민들 ‘샴페인 자축’ 홍콩
 구의원 선거 다음 날인 25일 시위대를 향한 ‘백색테러’를 옹호했던 친중파 구의원 주니어스 호(57)가 낙선했다는 소식에 
범민주(반중) 지지자들이 이를 축하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전체 452석 중 388석을 얻어 압승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시민들 ‘샴페인 자축’ 홍콩 구의원 선거 다음 날인 25일 시위대를 향한 ‘백색테러’를 옹호했던 친중파 구의원 주니어스 호(57)가 낙선했다는 소식에 범민주(반중) 지지자들이 이를 축하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전체 452석 중 388석을 얻어 압승했다. 홍콩=AP 뉴시스
“민심 이반(disaffection)의 쓰나미가 홍콩 전체를 휩쓸었다.”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야당인 범민주파의 홍콩 반환 이후 사상 첫 구의원 과반 차지이자 예상외 압승 결과를 전하며 중국 중앙·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홍콩 구의회는 한국의 지방의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교통·인프라 등 지역 민생을 챙기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홍콩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은 없다. 하지만 홍콩 유권자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구의회 권력 지형을 교체함으로써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인단 구성을 바꾸는 ‘선거 혁명’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 민심은 “중국의 홍콩 통제에 불만·공포”

18개 구 구의회를 장악했던 친중파 의원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구의원 선거가 정치와 거리가 먼 지역 현안 선거라고 주장하다 대패한 친중·친정부 성향의 건제(建制)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입법기관) 대의원이자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을 겸하고 있는 거물 마이클 티엔도 자신의 지역구인 췬완에서 낙선했다. 췬완은 반중·반정부 시위가 격렬했던 지역. 그는 “정부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7월 시위대에 대한 백색테러를 옹호한 뒤 시위대의 혐오 대상이 된 친중파 후보 주니어스 호(입법회 의원 겸임)도 낙선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패배가 낯설다”는 글을 남겼다.

반면 범민주파 지지자들은 25일 새벽 선거구별로 개표 결과가 발표돼 승리가 확정될 때마다 선거사무소와 거리 곳곳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선된 범민주파 후보들은 “홍콩 시민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했다.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 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중국 강경 대응 구상도 차질

이런 민심 표출에 홍콩 사태를 국가 안보·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계속해온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식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구상이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홍콩 시민들과 분리시키는 전략을 취해온 시 주석 지도부도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시위에 참가하면 국가 안보와 주권을 위협하는 폭도가 되니 시위대를 지지하지 말라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홍콩 민심이 시위대를 지지하는 것이 확인된 이상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온 중국 정부의 홍콩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권자들을 폭도로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홍콩 현지 일각에서는 중앙정부가 캐리 람 행정장관 교체를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지하게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 대학의 한 교수는 “중앙정부가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사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람 장관 지지를 밝혔다.


○ 행정장관 선출 선거인단에 변수로

범민주파의 압승으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이번 선거에 그치지 않고 내년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 2022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위대가 요구해온 행정장관 직선제(보통선거) 등 정치개혁 요구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구의회 다수당은 행정장관을 간접선거로 선출하는 선거인단 1200명 가운데 117명을 독식한다. 이에 따라 건제파가 차지했던 구의회 선거인단 117명이 고스란히 범민주파에 넘어간다. 2015년 람 행정장관이 당선될 때 친중파 선거인단이 726명, 범민주파가 325명이었다. 이번 선거에 따른 선거인단 변동을 반영하면 친중파 609명, 범민주파 442명으로 격차가 줄어든다. 여기에 의원 전원이 선거인단이 되는 입법회 선거에서도 범민주파가 선전하면 격차가 더 줄어들 수 있다. 입법회는 70석 가운데 35석을 선거로 뽑는다. 친중파 우세의 선거인단 구조를 극적으로 바꾸기 어려워도 간접선거의 불합리성을 제기하며 직선제 요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구의원 선거#반중시위#범민주파#시진핑#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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