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나온 초등 사회교과서도 무단수정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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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 교수, 한국당 토론회서 제기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쓰고 있는 사회 교과서의 역사 관련 내용이 애초 집필진이 넘긴 원고와 달리 누군가에 의해 바뀌었고 적법한 교과서 개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 6학년 1학기용 사회 교과서를 집필 책임자의 동의 없이 불법 수정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가운데 새로운 무단 수정 의혹이 나온 것이다.

○ “지금 교과서도 불법으로 태어나” 주장

27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문재인 정권의 역사 교과서 불법 조작 사태 긴급 간담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한국교육과정학회장)는 “지난해 (사용된 뒤 폐기된) 초6 1학기 사회 교과서를 둘러싸고 논란이 크지만 올해 초6 1학기 사회 교과서는 더 문제가 많다”며 “분석 결과 상당히 많은 오류와 왜곡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초6 1학기 사회 교과서의 집필 책임자였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도 참석했다.

홍 교수는 올해 초6 1학기 교과서에 남한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을 뿐인 데 반해,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한 것으로 표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필진으로부터 입수한 교과서 완성본 PDF에는 이렇게 돼 있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한 페이지 하나를 전적으로 누군가 손을 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애초 원고에는 “북한 ‘정권’ 수립”, ‘국제연합은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이란 표현이 있었지만 교과서에서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또 “통상 교과서를 수정할 때는 고치겠다는 공고를 내는데 그런 과정도 없이 무단으로 고쳤다”며 “불법으로 태어난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교과서 개발 땐 (현장검토본을 만들어) 한 학기 동안 학교 선생님들이 미리 써보게 하는데 그 과정도 생략했다고 말했다.

○ 살해, 시위, 피… “초등학생들에게 이래도 되나”

홍 교수는 현행 초6 1학기 사회 교과서가 초등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과격한 표현과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교과서 내 사진 자료 51장 가운데 34장이 집회와 시위 장면으로 이뤄져 있다. 홍 교수는 “이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갈등’으로 보고 이한열, 박종철 등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대학생이 죽어야 정치 발전이 이뤄지는 것처럼 기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4·19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 쓰기’ 활동에서는 예시로 ‘…탕탕탕탕 총소리가 들려옵니다. … 오빠와 언니들은 피로 물들였어요. … 우리는 오빠와 언니들의 뒤를 따르렵니다’라는 시를 보여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하에게 살해되었다’고 표현했다. 당시 교과서 심의에 참여한 한 교수는 “집필진 원고에는 ‘살해’ 같은 용어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날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들은 학생·교사·학부모 등 1176명 명의로 ‘자유민주주의’ 등의 표현이 빠진 현행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 교과서의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교육부는 “교육부에 직권 수정 권한이 있어 집필진 원고와 교과서는 다를 수 있다”며 “이는 적법한 행위”라고 밝혔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수연·김예지 기자

#초등 사회 교과서#불법 수정#한국당 토론회#홍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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