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심재철 기재위 사퇴 안하면 보이콧”… 세법개정 말도 못꺼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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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심재철 파문’ 정면충돌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여를 감시하고 견제할 국정감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여당이 잃을 건 없다.”

28일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논란으로 10월 정기국회가 파행할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원안 그대로 상정될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오히려 환영할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 국회 파행에 뒷전으로 밀리는 민생 현안

다음 달 10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는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국회가 본격적인 첫 검증을 하는 무대다. 야당은 특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을 ‘세금 폭탄’이라고 비난하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강하게 문제 삼을 것임을 예고해 왔다.

하지만 종부세를 주관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심 의원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한동안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심 의원이 기재위원을 사퇴하지 않으면 기재위의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자세다.

반면 야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기재위에 출석시켜 긴급 현안질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기재위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예산 논의에 앞서 현안질의가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상임위로도 불똥이 튈 조짐이다. 여당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 심 의원을 증인으로 세워 심 의원의 자료 열람 및 입수가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는지 따질 방침이다. 이 문제로 과방위가 파행하면 통신요금 인하나 탈원전 같은 현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국민연금 개혁 등 민생 현안도 표류할 소지가 있다.

정치권은 여야의 정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당은 다음 주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을 쟁점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2일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당초 질문자가 아니었던 심 의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 “고질적 국감 파행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여야가 이번 사태로 전체 국정감사 일정을 파행시키는 악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학)는 “국민들은 부동산 문제나 고용 악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원한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명세 논란으로 정기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은 정치권 전체에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학)는 “공천권에 매인 의원들이 당의 정파적 입장에 동조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공천 제도를 포함한 당의 의사결정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심 의원은 이날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이 내부 회의를 한 뒤 회의 수당으로 1인당 30만∼315만 원씩, 총 2억5000만 원가량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청와대로서는 당장 업무를 수행할 방법이 없어 해당 분야 민간인 전문가로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자문 횟수에 따라 정식으로 자문료를 줬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식 직원으로 임용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리는 만큼 민간인 신분에 준해 수당을 지급한 것이며, 올 5월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합’ 판단을 받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홍정수·김상운 기자
#심재철#업추비#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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