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정상회담 지켜본뒤 南취재진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 22일 저녁 “수송기 준비” 지시… 남북 당국, 사전 의견교환 거친듯
군용기 개조한 ‘공군 5호기’ 이용

한국 취재진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행은 막판 반전으로 가까스로 성사됐다. 전날 외신 기자들만 원산에 데려간 북한은 23일 오전 9시경 판문점 연락채널이 열리자마자 취재진 명단을 수령하며 방북을 전격 허용했다. 취재진은 이후 급히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정부가 마련한 수송기에 탑승해 뒤늦게 풍계리 다국적 취재단에 합류했다.

북한의 기류 변화는 한국 취재진이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북측의 입국 허가를 기다리다 거부당한 뒤 비행기편으로 귀국하던 22일 밤 감지됐다. 통일부가 오후 9시 26분경 “북측이 23일 아침 명단을 수용하면 남북 직항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알린 것. 정부 관계자는 “22일 저녁 한국 기자단이 타고 갈 수송기를 준비해 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를 감안하면 남북 간에 22일 ‘한국 취재진 추가 합류’에 대해 일단 공감대를 형성했고, 북한이 23일 새벽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최종적으로 방북 허가를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 취재진이 타고 간 항공기는 ‘공군 5호기(VCN-235)’다. ‘VCN-235’는 기존 군사 작전용 공군 수송기인 CN-235의 좌석 방향을 개조해 만든 귀빈 수송용 항공기다. ‘V’는 VIP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VCN-235는 정부 내 총 두 대가 있는 ‘쌍둥이 비행기’이며 다른 하나는 공군 3호기다. 모두 공군 현역 장교가 정조종사와 부조종사를 맡는다. VCN-235의 개조 전 버전인 CN-235는 20여 대가 있다.

공군 5호기가 원산 땅을 밟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정부 수송기의 첫 방북 기록이 됐다. 올해 3월 대북특사단 등은 방북 당시 모두 대통령 전용기이자 여객기 형태인 공군 2호기(보잉 737-3Z8)를 이용했다. 정부는 이번 공군 5호기 운용비 부담에 대해 “향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북한#한미 정상회담#풍계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