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지켜본 트럼프 ‘판문점 평화 이벤트’에 꽂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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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타는 北-美회담]北-美회담 장소로 판문점 급부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30일 갑자기 판문점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일 후보지로 판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국가들이 회담 장소로 고려되고 있지만 한국과 북한의 경계(on the border)에 있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 있고 중요하며 더 오래 기억될 장소가 아닐까”라고 글을 올렸다. “(팔로어 여러분들에게) 그저 물어본 것(just asking)”이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회담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벌써부터 “트럼프가 회담장으로 판문점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오전 트위터를 통해 5월 열릴 북-미 정상회담 장소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판문점 남측에 있는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오전 트위터를 통해 5월 열릴 북-미 정상회담 장소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판문점 남측에 있는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 처음엔 폐기됐다 남북 회담 후 판문점 급부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뒤 그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판문점의 이른바 ‘2연속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설마’가 아니라 제대로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5개 장소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2개 장소로 좁혀졌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나선 것은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이 검토하고 있던 싱가포르와 몽골 외에 판문점과 제주도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의 상징성과 장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담을 수락한 3월 9일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당시엔 판문점이 평양, 워싱턴과 함께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제외됐었다. 북한 핵 문제의 직접 당사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특히 판문점에서 할 경우 문 대통령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트럼프가 주목을 못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와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갖고 있는 스웨덴, 몽골, 싱가포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 남북미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에 판문점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판문점이 가진 역사적인 상징성을 새삼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으로 시동을 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판문점 그곳에서 완성한다는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일각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강력한 명예욕의 소유자인 트럼프를 움직였을 수 있다.

여기에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한 차례 성공적으로 치른 데다 북-미 모두 정상에 대한 경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주성하 기자
#북미 정상회담#트럼프#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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