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출장 비용-일정 낱낱이 공개하는 ‘김기식법’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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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파문 확산]“불투명 외유 이참에 개선” 목소리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간 것으로 드러난 것만 세 차례다. 이 밖에 국회 자체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도 세 차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월 5∼12일(6박 8일)엔 영국, 벨기에, 프랑스를 다녀온 뒤 그해 8월 9∼16일(5박 8일)엔 호주, 인도네시아를 갔다 왔다. 이듬해엔 7월 28일∼8월 5일(7박 9일) 독일 체코 러시아 순방을 했다. 두 차례는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으로, 마지막 한 차례는 국회 사무처 국제국 예산으로 다녀왔다.

김 원장은 일수 기준으로 25일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세금을 쓴 셈인데, 국민들은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으면 상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그나마 국회 예산 출장은 국회의장이 사후에 출장 보고서를 제출받지만, 피감기관 등 외부 기관 예산으로 간 출장은 아예 국회의 통제 밖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의 모든 출장 일정과 내용, 지출 기록이 자동으로 공개되도록 하는 ‘김기식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사문화된 해외출장 신고 의무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이 이렇게 종종 문제가 되는 이유는 출장 횟수나 내용을 선별, 통제할 수 있는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은 “국회의원은 직무상 국외활동을 하는 경우에 성실히 보고 또는 신고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의 해외활동이나 체류를 해선 안 된다”고만 규정돼 있다. 국회사무처 측은 “신고하지 않았을 때 징계나 처벌을 한다는 규정은 없고, 국회가 의원들에게 일일이 출장 기록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대표실 차원에서 의원들의 국외활동 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 건 불과 지난해 7월부터다. 해외 출장 신고를 ‘의무’로 규정했지만, 그동안은 사실상 사문화됐었다는 얘기다. 한 3선 의원의 보좌관은 “10년 가까이 국회에 있으면서 의원의 해외 출장을 국회에 신고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들이 애써 정보공개 청구를 해 출장 보고서를 받았다고 해도 별도의 회계자료 등을 받지 않는 한 어디서 돈을 얼마나 썼는지, 거기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김 원장의 2014년 1월 출장 보고서를 보면 “1월 7일 오후 3시. 정무위 방문단은 영국 금융분쟁옴부즈맨(FOS)을 방문, 정책국 국장 등과 면담했다. 국장은 영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 개선 내용 및 효과, 한국의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권고사항 등을 설명했다”면서 행사 사진을 실어놓는 정도다. 그나마 민간 기업이나 협회 지원 출장이라면 정보공개 청구 대상도 아니다.

○ 미국, 승인 받아야 출장 가고 사후 공개 의무화

외국 의원들의 해외 출장 기준은 훨씬 엄격하다. 미 하원은 의원들이 외부에서 여행 경비를 지원받을 때 반드시 사전에 윤리위원회에 여행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2013년 4월 발효된 규정집에 따르면 외부에서 경비 지원을 받아 여행을 다녀온 의원은 10일 이내에 하원 사무처에 여행공개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행의 기간, 장소, 목적 등을 밝힌 이 여행공개서는 대중에게 공개된다.

영국도 의회 산하에 독립 조직인 ‘의회독립윤리국’을 두고 의원들의 보수와 여비 등을 감독한다. 의원들은 자기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을 받았을 때 28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의원 윤리규정 지침’에 따르면 금전적 이익이 월급 선물 기부 해외여행 등에 해당하면 신고해야 한다. 비용은 300파운드(약 45만 원) 초과일 때 신고해야 한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국회의원의 모든 해외 출장은 당연히 공무의 성격이 담긴 것이다. 따라서 국회 차원의 지원이든, 외부 기관의 지원이든 출장 내용과 비용 집행 명세 등이 자동으로 공개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조은아 기자
#김기식#해외출장#김기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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