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 두번 마음찢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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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이사회서 격앙-울분 쏟아내… “김영철 참석 강행땐 특단 대책” 성명
한국당 의원 70명 청와대 항의 방문… 김무성 “김영철과 악수땐 대통령 불인정”

“남북 화해 분위기를 고려해 최근 정부의 방침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까지 방남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천안함46용사유족회와 천안함재단 등은 23일 오전 11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영철의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고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상우 씨(57)는 “울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사회에서는 격앙돼 울분을 토하는 유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음 달 26일 천안함 용사 8주기 행사를 앞두고 관련 현안을 논의할 시기인데, 김영철의 방남이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임시 이사회를 연 것. 성명은 “천안함 용사 유가족에게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상처를 안겨준 김영철의 방남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북한은 천안함 폭침 소행을 인정하고 유족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유가족과 생존 장병, 국민에게 두 번 다시 마음을 찢는 고통을 안겨주지 말라”고 촉구하고 “이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영철의 올림픽 폐회식 참석이 강행될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유족회 등은 24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폐회식이 열리는 25일 평창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 것도 논의 중이다.

김영철 방남을 반대하는 야당의 목소리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 70여 명은 23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김영철 방남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영철이 대통령 문재인과 악수를 한다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김영철에 대해 “이런 처죽일 작자” “저잣거리에 목을 내걸어도 모자랄 판”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홍준표 대표는 충남 천안시 태조산공원의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서 참배를 했다. 한국당은 24일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방남 저지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바른미래당도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 규정하며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 회담 대표가 김영철 대표”라며 정부 결정을 지지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박훈상 기자
#천안함#김영철#북한#남북#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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