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27일 동행… 펑펑 운 단일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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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전 마친뒤 얼싸안고 눈물… 女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마침표
신소정 “北서 먼저 다가와 친해져”
머리감독 “우린 한팀… 또 기회 있길”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남과 북의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항상 환하게 웃던 세라 머리 총감독도 눈물을 흘렸다. 머리 감독은 박철호 북한 코치를 껴안았고 이어 박 코치는 골리 신소정을 안았다.

남과 북이 함께한 27일간의 동행이 끝났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7, 8위 결정전에서 한수진이 골을 터뜨렸지만 1-6으로 졌다. 단일팀은 이번 대회 5전 전패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단일팀의 평창 겨울올림픽 마지막 경기로 일찌감치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6000석의 경기장에는 빈 좌석을 찾기 힘들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기로 예정됐던 북한 응원단은 응원을 취소했다. 북한 선수들은 25일 폐회식이 끝난 뒤 돌아간다.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머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과 박 코치의 북한 선수단이 만나면서 역사적인 첫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꾸려졌다.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력이나 출전 시간 등을 놓고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단일팀의 등장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북한 응원단이 응원전을 펼쳤고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많은 외신이 단일팀을 쫓아다니며 질문을 쏟아냈다.

경기 뒤 선수들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했다. 한수진은 “식사시간과 운동시간 외에는 만나지 못했다. 라커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초반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소정은 “단일팀으로 치른 올림픽에서 압박이나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북한 선수들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 친구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왔고 금세 친해졌다”고 밝혔다. 경기에 앞서 라커룸에 모인 남북 선수들은 서로 껴안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을 인화해 북한 선수들에게 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의도하지 않게 남북 단일팀을 이끌었던 머리 감독의 표정에는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머리 감독은 “언론 앞에 서는 순간에는 우리가 두 팀으로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팀이었다. 모두 선수들 덕분이다. 정치적인 결정으로 한 팀이 됐지만 한 팀으로 경기하는 건 우리들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선수들은 그 사이 친구가 됐다. 나중에라도 다시 단일팀으로 경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헤어질 때 북한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머리 감독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빙판 위에서 남북은 하나였다.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머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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