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더니…‘살충제 계란’ 뒷북 전수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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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도 피프로닐 검출… 대형마트-슈퍼 판매 첫 중단
부실대응으로 사태 키운 식약처 “불검출” 5일만에 번복
산란계 농장 모두 검사… 16일부터 평소 25% 수준 유통

살충제 성분 검출된 농장서 계란 폐기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의 농장 앞에서 15일
 관계자들이 계란을 수거해 폐기 처분하고 있다. 해당 농장에서는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계란을 생산해 수도권 일대에 공급했다.
 남양주=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살충제 성분 검출된 농장서 계란 폐기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의 농장 앞에서 15일 관계자들이 계란을 수거해 폐기 처분하고 있다. 해당 농장에서는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계란을 생산해 수도권 일대에 공급했다. 남양주=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국내 농가 계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국민 1인당 하루 한 개꼴로 소비되는 계란 판매가 전국에서 일제히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긴급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계란에 한해 16일부터 출하를 일부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는데도 정부는 늑장·부실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관계기관회의에서 “2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산란계 농장은 살충제 검사를 마무리해 16일부터 평상시 계란 유통량의 약 25%가 유통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전국의 1456개 모든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시작했으며 3일 이내에 검사를 마칠 계획이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3, 4일 정도 기다리면 계란 수급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4일 밤 축산당국은 경기 남양주시 A농장과 경기 광주시 B농장이 생산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발암물질인 비펜트린이 각각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의 주요 대형마트 및 농협 하나로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과 온라인 판매업체들은 이날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지했다. 전국에서 모든 계란 판매가 전면 중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농식품부는 60개 농가에만 검사를 실시했다. 유럽에서 피프로닐 계란이 문제가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9일이 돼서야 수입 계란 검사를 강화했다. 그나마 국내에 유통되는 계란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정부의 설명에도 불신이 커지고 있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10일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산 계란과 닭고기에서는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국산 계란에서 정부 발표를 뒤집는 결과가 나오자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장은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무항생제 농장이라는 점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상반기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살충제 계란 사태까지 맞닥뜨린 양계 농가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에서 산란계 9만 마리를 사육 중인 안모 씨(60)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지만 소비량이 급감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계란을 주요 재료로 쓰는 식당가와 식품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마포구의 한 비빔밥 전문점 직원은 “창고에 쌓아둔 계란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난감해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김호경·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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