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5초’ 비행시간까지 명시… 보복 명분 안주려 영해밖 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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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고조]北 ‘괌 포위사격’ 구체적 위협

북한이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응해 ‘괌 포위사격’이란 말 폭탄을 던질 때만 해도 이를 실행 예고로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서울 불바다’ 같은 협박성 수사를 들고나온 것으로, 전략적 무시가 답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하루 만에 미사일 사거리와 비행시간까지 거론하며 미사일 발사 시나리오를 구체화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 특유의 허풍을 넘어 도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도발 준비 상당 부분 마쳤을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10일 보도를 보면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이용한 포위사격 계획은 초 단위까지 적시되는 등 전례 없이 구체적이다. 4발을 동시 발사할 것이라면서 사거리는 3356.7km, 비행시간은 1065초, 탄착 지점은 괌 주변 30∼40km 해상이라고 적시했다. 일본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며 비행경로까지 제시했다.

북한은 그동안 여객기나 선박의 안전을 위한 항행금지구역 선포를 하지 않는 등 어떠한 예고도 없이 미사일을 발사해 왔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괌 포위사격 언급에도 큰 충격이 없자 이론에 근거해 산출한 수치를 열거하며 위협 강도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3월 ‘스커드-ER’ 4발을 동시 발사해 비슷한 지점에 떨어뜨렸다. 4개의 미사일이 동시에 화염을 뿜는 장면을 공개해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고 미리 설정한 탄착 지점을 향해 자유자재로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기술력까지 과시한 것. ‘화성-12형’으로도 이런 효과를 거두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발표를 근거로 역계산하면 미사일 발사 지역은 함경남도 신포 일대일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서 4발의 방위각을 조금씩 달리하는 방식으로 발사한 뒤 괌 코앞에 떨어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연료만 더 채워 사거리를 늘리면 미사일 연쇄 발사로 괌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 대응 공격 명분 없애려 ‘안전판’ 마련할 듯

동시에 북한은 외교적 ‘안전판’을 마련하는 교묘함도 보였다. 탄착 지점을 통상 해안선에서 약 22km(12해리)까지인 영해가 아니라 그 문턱인 괌 주변 30∼40km의 공해상으로 발표한 것. 공해를 향한 통상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로 보이도록 해 미국의 대응 공격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화성-12형’이 일본 상공을 통과할 때는 영공 최대 고도인 100km를 훌쩍 넘어 일본도 요격에 나설 명분이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북한의 괌 포위사격에도 별다른 군사적 대응조치를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공해상에 미사일이 떨어졌을 때 보복 공격을 결정하는 건 전쟁도 불사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괌 지역은 벌써부터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조지 차퍼로스 괌 국토안보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괌은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보호받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사드 방어망을 뚫을 가능성은 0.0001%”라고 말했다.

○ 충돌 직전 극적 대화 모색하나

북-미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화 가능성이 닫힌 건 아니다. 북한은 협박 와중에도 이달 중순을 김정은에게 포위사격 최종 방안을 보고할 시한으로 언급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뜻으로, 미국에 대화 재개를 위한 ‘1차 시간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정부 성명 등을 통해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계속 표현하되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때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그림을 구상할 가능성도 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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