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책 없이 방문한 황교안 총리 ‘대통령 대행 유고 상황’ 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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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후폭풍]
대통령 부재시 국정수반인데… “최악 상황 염두 뒀어야” 지적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예정 지역인 경북 성주군을 찾았다가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6시간 넘게 감금되다시피 하면서 정부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총리는 전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참석차 몽골로 출국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상태였다. 대통령직무대행인 황 총리가 반나절 동안 주민들에게 갇히면서 사실상 국정 최고책임자 ‘유고 상황’을 맞은 셈이다. 만약 이 시간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해 황 총리가 급히 장관회의 등을 소집해야 했다면 대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황 총리의 성주 방문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동행했다. 한 장관도 황 총리와 함께 갇힌 상태였다. 박 대통령은 18일 오후 귀국한다.

문제는 국무총리실이 이런 극한 상황에 대한 사전 대응 시나리오를 짜기는커녕 예상조차 못했다는 점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주민들이 격렬히 반발할 것은 예상했지만 총리를 감금할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총리가 직접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여론이 가라앉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다는 얘기다.

황 총리의 성주 방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 오전 황 총리 주재 회의에서 성주행을 결정한 뒤 외부에는 비밀에 부쳤다. 일정이 알려지면 사드 반대 진영이 성주로 몰려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도 15일 오전 9시경에야 알렸다. 외부 세력만 경계했지 지역 주민들의 반발 정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전남 진도군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월호 유가족이 총리 차량을 가로막으면서 3시간가량 차량 안에 갇힌 적이 있다. 과거 사례를 감안해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 총리는 결국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업무평가위원 위촉장 수여식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한국무역협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오후 6시가 넘어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온 황 총리는 승용차로 성주 군부대로 이동한 뒤 헬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오후 8시쯤 용산 국방부 헬기장에 도착한 황 총리는 곧바로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들어갔다.

이재명 egija@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사드#황교안#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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