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컨트롤타워 역할 못해 부처간 갈등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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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배출 음식점 규제 검토]경유車 축소-화력발전 규제 등 ‘민감한 대책’ 쏟아지지만…
서민경제 밀접… 재정당국 냉랭… 정책협의 차관회의 돌연 취소도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경유 값 문제 등에 대한 관계부처 간 갈등 때문에 종합대책은 계속 표류하고 있다.

미세먼지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은 공짜가 아니다”라며 서민 부담을 의식해 그동안 언급조차 꺼리던 경유 값 및 전기요금 인상안까지 꺼내 상황의 절박감을 표시하고 있다. 재정당국에는 경유차 운행을 줄이려면 경유에 붙는 세금 인상이 꼭 필요하다며 경유값 인상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산업 활동 위축과 서민 증세 논란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부처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25일 예정됐던 환경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간 첫 관계부처 차관회의는 당일 돌연 취소됐다. 정책 조정을 해야 할 국무조정실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유값 인상 논란에 대해 환경부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 비율을 현재 100 대 85에서 95 대 90으로 좁히면 인상분만큼 휘발유 승용차 보유자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인기가 높은 수입 경유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경유차의 증가세를 꺾으려면 기름값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경유차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862만2179대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 중 52.2%가 경유차였다. 그러나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질소산화물은 휘발유 차량의 10배에 이른다.

기재부는 “차라리 환경부가 경유 차량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라”고 역제안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검토는 하겠지만 연간 최대 30만 원을 부과한다고 해서 경유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수도권 미세먼지의 최대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된 석탄화력발전소의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전기요금 인상 논란 때문에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부는 ‘미세먼지만 갖고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할 수 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서울을 오가는 경유 버스 1700대를 퇴출시키기로 하고 환경부와 함께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는 유로3 기준 이하 차량에 대해서만 운행 중 배출가스를 점검해 왔으나 앞으로는 유로4 기준 이상 차량도 점검하기로 했다. 이 밖에 도로에서 임의로 배출가스를 점검하는 상시단속반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김상협 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는 “프랑스 등 선진국은 에너지 대책과 환경 문제를 같은 관점에서 보고 정책을 짜는 반면에 우리는 부처마다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니 해결책 없이 논란만 커진다”며 “깨끗한 환경을 위해 비용을 어디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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