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국회 품격 저버린 野 ‘전단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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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정치부
민동용·정치부
27일 오전 10시경 국회 본회의장 오른쪽(중앙 의장석을 바라보고) 좌석 120여 석의 모니터 뒷면에는 ‘국정 교과서 반대’나 ‘민생 우선’이라고 적힌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뜻을 보여준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를 본 정의화 국회의장은 야당 의석을 향해 “국회의 품격 준수만 해 달라. 대통령이 오셔서 연설을 하는 동안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종이를 떼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측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 의장은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삼권분립 나라로서 우리가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요구하듯이 우리도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재차 부탁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주위로 중진의원들이 모여 논의했지만 끝내 거부됐다.

그러자 정 의장은 “과거 보여줬던 국회의 여러 후진적 행태들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바꾸는 게 제 열망이었다”며 새정치연합의 태도를 에둘러 질타하면서 본회의 개회를 알렸다. 새정치연합 의원석의 모니터에 붙은 시위구호 종이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날 때까지 붙어 있었다.

6, 7월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결과적으로 그 법안의 본회의 재부의마저 무산됐을 때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고 맹비난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안을 무시했다는 취지였다.

그때의 생각이 진심이었다면 새정치연합은 이날 야당이 아니라 입법부로서 본회의장에 들어섰어야 했다. 시정연설이야말로 대통령이 국가원수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의 자격으로 내년도 예산과 법안의 국회 통과를 입법부에 요청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아예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했어야 했다. 정의당처럼 말이다. 40여 분의 시정연설 동안 새정치연합은 품위도, 결기도 모두 잃었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기자의눈#새정치민주연합#전단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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