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盧처럼… MB도 결국 ‘셀프 훈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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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의, 무궁화대훈장 수여 의결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임기 내 무궁화대훈장(사진)을 받게 됐다.

▶본보 1월 11일자 A4면 무궁화대훈장 - 측근 사면, 임기말 MB의 두가지 속앓이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시에 영상 국무회의를 열어 이 대통령 내외에게 퇴임에 즈음해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는 ‘영예 수여안’을 심의·의결했다. 무궁화대훈장은 상훈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게 ‘수여하고’ 그 배우자, 전·현직 우방국 원수 및 배우자에게도 ‘수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 훈장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은 취임과 동시에 받아왔으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공적에 대해 치하받는 의미로 받겠다”며 퇴임 직전인 2008년 1월 이 훈장을 받았다. 이 대통령도 비슷한 이유로 지금까지 수훈을 미뤄왔다.

청와대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임기 내 무궁화대훈장을 ‘셀프 수여’할 경우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 임기 내 선정하되 수여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결국 재임 중 수여로 방침을 바꿨다. 임기 후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전례가 없는 데다 최근 특별사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거취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박근혜 당선인 측과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것도 감안한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을 당연히 받아야 하는데 전례도 없는 퇴임 후 수여라는 ‘꼼수’를 부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녹색성장 어젠다 주도 등 현 정부의 주요 성과에 대한 평가 차원에서 훈장 수여가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훈장 수여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별도 행사 없이 이 대통령 내외에게 조용히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무궁화대훈장은 대한민국 최고 훈장답게 주재료로 금, 은이 들어가고 자수정 루비 등 보석도 재료로 쓰여진다. 금값이 올라 제작비는 개당 약 4800만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측근들을 셀프 사면해 주고 국민적 지탄을 받은 지가 엊그제인데 다시 셀프 훈장이라니 뻔뻔함을 겨루는 올림픽이 있으면 금메달감”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잘했다고 우기니 염치나 체면은 내팽개친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5년 전 노 전 대통령 내외의 무궁화대훈장 수여 결정에 “집안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던 새누리당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단장(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등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64명이 근정훈장, 과학기술훈장, 근정포장, 과학기술포장 등을 받았다. 하지만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부 부처 장차관 등 104명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안건은 포상 시기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날 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셀프훈장#무궁화대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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