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종료 선언뒤 재투표 2003년 국회때 전례 있다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전광판에 이름 안나오자 김태식 당시 부의장 “재투표”

민주 ‘방송법 무효논리’ 타격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투표 종료 선언 뒤 재투표를 실시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는 “한번 투표 종료를 선언하면 같은 회기 안에 재투표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2003년 4월 30일 제238회 제9차 본회의에서 ‘도시철도법 중 개정법률안’을 의결할 때 방송법 처리 때처럼 투표 종료 선언 이후 재투표가 실시됐다.

박관용 국회의장에게서 의사권을 넘겨받은 당시 여당인 민주당 소속의 김태식 부의장은 투표 개시를 선언한 뒤 의원들이 전자투표를 마쳤다고 판단하자 “투표를 종료하겠습니다”라며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이 투표 버튼을 눌렀지만 자신의 이름이 본회의장 전광판에 확인되지 않는다며 재투표를 요구했다.

김 부의장은 “다시 투표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재투표 실시를 선언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자 다시 한 번 “투표를 종료하겠습니다”라며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경차를 살 때 도시철도채권 구입 의무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이 법안은 이런 절차를 거쳐 재석 143명 중 1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당시 김 부의장이 투표 종료 선언 이후 재투표를 실시한 것은 의결정족수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의결정족수가 부족하지 않았다면 일부 의원의 투표 결과가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도 표결 자체가 성립하기 때문에 재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국회사무처는 해석했다. 해당 법안은 쟁점법안도 아니어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국회 관례상 의결정족수 문제가 아니면 재투표를 실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의결정족수는 재석 137명이었으며 최종 표결 결과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143명이었다.

속기록에 자신의 투표행위가 전광판에 나오지 않는다며 항의한 것으로 나타나는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과 윤두환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과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같은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방송법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방송법 처리 직후 국회사무처는 국회법 의결정족수 규정을 근거로 “표결 선언 이후 재적의원 과반수 의원이 투표하지 못한 경우 투표를 재실시하는 것이 관례”라며 과거에도 ‘약사법 개정법률안’ 등 4건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사례는 ‘투표 종료 선언→재투표 실시→투표 종료 선언’이라는 방송법 처리 과정과 달랐다.

민주당은 “국회사무처가 언급한 4건의 사례는 의결정족수 부족을 이유로 투표 자체를 하지 않거나, 투표 종료 선언 대신 표결 불성립을 선언하고 산회를 선포한 것이었기 때문에 투표 종료 선언을 한 뒤 재투표를 한 방송법 사례와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와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투표 종료를 선언한 뒤 같은 회기 안에 재투표가 이뤄진 선례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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