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인터넷 윤리 강국’ 조기교육에 달렸다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IT 망국(亡國)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16일 낮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비영리민간단체 ‘인터넷윤리실천협의회’ 주최로 18일 열리는 인터넷 윤리 심포지엄에 대한 사전 설명 성격의 기자간담회에서 박찬모 대통령과학기술특별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포스텍 총장을 지낸 IT계 원로이자 대통령 측근인 박 특보가 ‘망국’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쓰자 잠시 술렁거림이 장내를 훑고 지나갔다.

박 특보는 이날 작심한 듯 우리 IT 문화의 문제점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컴퓨터가 통신 분야와 접목된 후부터 순기능 못지않게 악성 댓글, 검증되지 않은 사실 유포 등 나쁜 일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정보 통신 기술이 인간의 양심과 도덕성을 파괴한다면 ‘IT 강국’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박 특보의 지적에는 공감할 대목이 많다. 현재 국내 만 3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는 361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76.5%를 차지할 정도로 생활화됐지만 그에 따른 폐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여중생부터 인기 스타까지 인터넷 악성 댓글에 상처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검증되지 않은 ‘괴담’들이 사실처럼 떠다닌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초등학교 4학년 도덕 교과서에 인터넷 허위 정보의 폐해를 경고하는 내용이 게재되고, 올바른 인터넷 이용법을 가르치는 단원이 신설되는 등 초등학교 교과서가 바뀔 정도다.

박 특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인터넷윤리실천협의회도 이와 맥락이 닿는 대책을 준비했다. 다음 달부터 초중학생들을 위해 인터넷 윤리 교육 신문인 ‘새싹 e-세상’을 연 2회 온·오프라인에 발행하고, KT 등 국내 초고속인터넷사업자 3사와 함께 저소득층 10대 청소년 16만 명을 대상으로 초고속인터넷 설치 및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어릴 적부터 인터넷 사용에 대해 올바른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대학총장협회와 함께 인터넷 윤리 교육에 대한 공동 합의문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인터넷윤리실천협의회가 발표한 주요 사업에는 설익은 내용도 있었다. 정식제안은 아니지만 협의회 멤버 중 한 명은 “연예인이라도 불러볼까”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기도 했다. 박 특보가 ‘망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구호성 대책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8일 심포지엄에서는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들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범석 산업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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