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충돌 우려해 차벽 안세워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13, 14일 또 집회… 대응 고민

범국민대회가 열린 10일 경찰이 예상과 달리 서울광장을 개방한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경찰은 원천봉쇄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예상을 깨고 서울광장에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차도로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태평로 주변에는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설치했지만 서울광장은 열어두었다. 경찰이 불법 집회를 사실상 용인한 셈이다.

경찰이 서울광장을 봉쇄하지 않은 것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과 차벽 설치 과정에서의 충돌 우려, 그리고 행사가 불법 시위로 이어질 경우 그 책임을 주최 측에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전략적 결정으로 분석된다.

경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달 23일부터 열흘 이상 서울광장에 차벽을 설치하자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행사 하루 전인 9일부터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간 것도 경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회의원들을 차벽으로 차단하고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의원들과 충돌할 경우 정치적 사건으로 불거져 경찰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경찰이 이미 이번 행사를 불법집회로 규정한 만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한 뒤 참가자들이 도로로 진출할 경우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주최 측의 불법성을 부각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경찰은 6·10대회뿐 아니라 노동계 등에서 13, 14일 연달아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 10일에는 서울광장을 봉쇄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규모 집회 때도 계속 광장을 개방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은 13일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쌍용차 구조조정 분쇄 결의대회’를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다. 이날은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효순·미선 양 6주기여서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시민단체도 도심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14일에는 6·15선언 9주년 기념행사가 서울도심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합법 집회는 보장하지만 불법 집회는 엄정 대처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 며 “서울광장 봉쇄 여부는 집회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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