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디어법 거부는 일자리 창출 방해다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민주당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한 방송법 등 미디어 관계법안의 상임위 기습상정에 반대해 어제 국회 상임위원회 진행을 전면 거부했다. 언론노조와 MBC노조는 즉각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고 방송을 신문과 재벌에 내주기 위한 악법”이라고 법안 취지를 왜곡해 악선전하고 있다.

굳이 정치적으로 보자면 채널 독과점이 심한 현행 방송체제가 오히려 정권에 장악당하기 쉽다. 신문이나 대기업에 방송을 허용하면 새 채널이 생겨 전파 독과점이 완화된다. 무엇보다 규제가 풀려 신규투자가 일어나면 신문 방송 뉴미디어 광고 등 미디어산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 많은 젊은이가 미디어분야 일자리를 원하지만 신규 채용이 적어 꿈을 접고 있다. MBC 등은 이런 현실을 잘 알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산업은 100조 원의 자금을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들었던 대기업들이 관심 갖는 분야 중 하나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 투자는 누가 강요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기업들이 하고 싶은 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때 투자가 일어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방송과 통신의 규제를 풀면 1조5599억 원의 시장이 창출되고 2만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은 ‘미디어 빅뱅’으로 불리는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기술 발달과 함께 미디어산업이 재편되는 미디어 빅뱅은 세계적 추세다. 프랑스는 경쟁을 통한 글로벌 미디어산업 육성을 위해 이달 초 방송법을 개정했다. 방송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없앤 것이다. 세계 50여 개국에서 미디어사업을 하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대표는 “이제 신문업계, 방송업계 같은 칸막이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복합 미디어 전략이다”고 강조한다.

외국 미디어 자본의 국내 진출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규 진입 규제의 보호막 속에서 안주해온 국내 방송과 미디어산업이 거대 다국적 미디어 기업들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도 국내 자본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을 서둘러도 모자랄 판에 국내 미디어산업의 취약성을 그냥 방치하겠다니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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