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조망권 “OK”… 하루새 호가 1억 ‘껑충’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 서울시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시장 반응

분양가 상한제로 건축비 많이들어 사업성은 두고봐야

서울시가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의 초고층 건립을 허용하는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문’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0일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대표적인 수혜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송파구 잠실동 등에서는 하루 만에 매도자들이 호가를 1억 원 가까이 올리는 등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의 주요 규제인 용적률과 소형평형 의무비율에 변화가 없는 점을 들어 실제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매수 문의와 매물 회수 줄이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20일 하루 종일 매수자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매도 의사를 보류하며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구현대 단지 안에 있는 H부동산 김모 사장은 “그저께까지 115m²를 13억 원에 팔겠다던 매도자가 오늘 전화해 보니 14억 원에도 안 팔겠다고 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며 “매도자들이 호가를 1억 원 정도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도 이날 오전부터 ‘이전의 급매물 가격에 나온 매물이 있느냐’는 매수자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금성부동산 김윤성 사장은 “시범아파트 79m²는 6억2000만 원에서 7억 원으로, 119m²는 9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매도자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매수자들과의 호가 격차가 1억 원 이상 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일대에선 추가적인 호가 상승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과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으로 이달 들어서만 2억 원 이상 호가가 뛰었기 때문.

잠실 5단지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사장은 “오전에만 15통 정도 문의 전화를 받았지만 매수자들이 단기간의 호가 상승을 경계하며 관망세로 돌아서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사업성은 별개 문제”

전문가들은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허용되면 단지 경관은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이가 올라가는 대신 동 간 거리가 넓어져 단지 안의 한강 조망권이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

하지만 용적률 제한과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 재건축 관련 규제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재건축의 사업성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아파트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과 별개로 분양 당시에는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묶여 건설업체가 받을 수 있는 집값이 한정돼 있어 사업성 측면에선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닥스플랜 봉준호 대표도 “건물이 15층 높아질 때마다 공사비는 1.5배 늘어나는 등 투입 비용도 함께 올라가게 된다”며 “개별 단지와 평형별로 주민들의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실제 재건축 추진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투자 수요가 몰리면 인근 단지까지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실물경기 침체로 호가가 실제 거래 가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