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범죄 37% ‘전자상거래 사기’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포털 추천 쇼핑몰로 믿었더니…” 돈 챙기곤 사이트 폐쇄

돈만 내면 ‘스폰서링크’… “할인 판매” 유혹

“포털 신뢰 악용… 중개자 제재장치 있어야”

초등생 상대 부모정보 빼내는 ‘낚시’도 기승

올해 5월 주부 박모(36) 씨는 유명 포털사이트의 스폰서링크(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실어주는 검색광고)에서 ‘에어컨 40% 할인 판매’란 문구를 발견했다.

해당 업체는 처음 들어보는 인터넷쇼핑몰 ‘마트윈’. 박 씨는 미심쩍었지만, 포털에 등재된 업체여서 이를 믿고 29만5000원을 현금 결제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에어컨은 배달되지 않았다. 쇼핑몰과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고 홈페이지도 이미 폐쇄된 뒤였다.

이 온라인 쇼핑몰의 피해자는 379명, 피해액은 4억2000만 원. 피해자들은 사기 사이트를 스폰서링크에 등재시키고, 가격 비교 검색서비스에까지 넣어준 포털 업체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관련 법규가 없어 끝내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올해 1월 초등생 이모(12) 군은 친구 소개로 접속한 동창회 사이트에서 ‘무료 게임 캐시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이름, 주소, 주민번호, 전화번호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고 적힌 쪽지를 받았다.

이 군은 별 의심 없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사이트 운영자에게 발송했다. 운영자는 이렇게 초등생 1000여 명으로부터 얻어낸 부모들의 개인정보를 소액결제에 이용해 8300만 원을 챙겼다.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이에 기생하는 사이버 범죄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자상거래 규모는 총 167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 급증했다. 경찰청 조사에선 지난해 사이버 범죄(8만8847건) 가운데 전자상거래 사기가 3만1685건(36.7%)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경찰청이 인터넷과 콜센터로 24시간 신고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서울시도 인터넷 유해 쇼핑몰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위험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범인 검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범인들이 대포통장, 대포폰, 타인 명의 ID를 사용해 신분을 위장하고 △가상공간이라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직접 만나지 않는 데다 목격자도 없고 △포털사이트, 통신업체 등에 대한 강제수사가 곤란하며 △익명으로 소액(10만 원 안팎)을 내고도 사이트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포털의 스폰서링크나 가격비교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범인들이 악용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포털은 업체에 대한 세세한 검증 없이 수십 만 원만 내면 스폰서링크 등에 광고를 실어준다. 특히 서류와 해당 사이트만 보고 불법상품 판매 여부만 가리고 있어 마트윈 쇼핑몰처럼 초반에는 정상 판매를 하다 중간에 돈만 챙기는 사기 사이트를 걸러낼 수 없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선 포털이 광고주의 신뢰도보다 광고비 수준에 따라 스폰서링크의 노출 순서를 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사기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중개해 준 포털에도 책임을 묻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병기 수사실장은 “포털사이트의 전자상거래 업체 중개와 홍보에 대해 일정 수준의 법적 제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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