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熱 정보처리소자 기술 어느 나라가 주도권 잡나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美 독주에 한국-유럽 등 도전장

작동할 때 열이 발생하지 않는 정보처리소자를 만드는 연구에 미국 정보기술(IT)기업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의 소자는 움직일 때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전자’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한다. 이대로 소자의 집적도를 계속 높이면 언젠가 반도체가 녹아내릴 정도로 높은 열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과학계 분석이다.

이 때문에 빛 알갱이인 ‘광자’, 정보를 물리적인 파동에 실어 이동시키는 ‘스핀’처럼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후에는 에너지 없이 이동해 열이 발생하지 않는 물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가장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IBM,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IT기업이 공동 출자해 만든 연구전문회사인 ‘SRC’이다. 2006년부터 광자와 스핀을 이용한 새 소자 연구에 착수한 SRC는 올해에만 2000만 달러(약 258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등 4개 대학에서 연구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경 상용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김기범 교수는 “열을 걱정하지 않고 성능 좋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며 “그린IT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의 초청으로 방한한 제프리 웰서 SRC 나노소자 연구본부장은 “SRC 예산의 4분의 3 정도는 정부에서 지원한다”며 “민간에서는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공공에서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분야에는 유럽 연구진도 가세하고 있다. 스핀에 정보를 실어 담아 보내는 연구에는 세계 최고 기초과학연구기관인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도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김상국 교수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평이다. 이조원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장은 “광자나 스핀을 이용해 새 소자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외국 기업들은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SRC 방침”이라며 “막대한 연구비 투자와 함께 과학기술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또 다른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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