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홍사]건설업계, 자구노력 안하면 위기 되풀이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글로벌 경제 불안이 촉발된 뒤 세계경제에 드리운 암운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금융시장은 하루하루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출렁이며, 실물경제의 침체에 대한 두려움도 짙게 깔려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도 가지각색이다. 모든 잠재적 불안요인이 해소되었다는 긍정적 시각부터 전 세계적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공황을 얘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작금의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기본적으로는 제조업이 여전히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특성상 글로벌 실물경제의 침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국의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첨단 금융기업의 덫에 빠져 선진국의 금융시스템이 휘청하는 사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을 정비하고 금융 및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건설 산업은 어떠한가? 건설 산업은 근래의 금융 불안과 관계없이 주택경기의 하락, 공공 공사의 수익성 악화, 업체 간 경쟁 및 양극화 심화로 위기 상황에 처한 지 오래다. 여기에 금융 불안으로 인한 자금 경색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극한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부도업체의 가파른 증가, 사상 최대의 미분양 주택,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화로 인한 부담, 가격 경쟁 위주의 입찰 및 낙찰 제도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연일 신문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진리는 건설 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하는 기업에 응분의 보상이 따르게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1998년의 외환위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찬반양론이 있지만 세계화를 통한 기업의 투명화, 체질 개선이 국가 경제와 개별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때의 심각한 위기를 발 빠른 변신과 선진화된 시스템 도입으로 극복한 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위기가 기회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건설업체의 위기와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근간은 어쩌면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는 건설업계의 상황 대처와 자구 노력이 적극적이지 못해서다. 건설업계가 자체적인 대처보다는 정부의 지원책에만 의존해 온 부분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수주산업으로서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큰 건설 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변하지 않고 오로지 정부의 대책으로만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며 위기는 다시 내재화될 뿐이다. 그리고 다시 수면 밑으로 내려간 위기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고질적으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설업계도 이번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만연한 저가 투찰, 주먹구구식 리스크 관리, 양적 성장에 치우친 무분별한 사업 확장 등 기존 사업 방식을 개선하지 않고 정부의 배려만을 요구한다면 사회적 동의를 얻기 힘들다.

현재의 상황은 분명 심각한 위기지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당장 끄고 봐야겠지만 한숨 돌린 후가 더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치지 않고 건설업체의 자구 노력으로 이어져 건설 산업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원동력이 되기를 소망한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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