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채 안남았다”더니 청약후 초기 미분양률 실제론…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100채중 9채가 비어있었네

국토해양부 ‘수도권 후분양 계약현황’ 발표

■ 미분양 잘 고르려면

분양사무소 찾기 전에

인근 중개업소 먼저 들러

물량-분양조건 정보수집

업체 ‘처분 1순위’ 피해야

“거의 다 팔렸어요. 몇 채만 남았는데 대기자가 많아서 금방 계약될 겁니다.”

청약이 끝난 직후 아파트 분양사무소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하지만 건설회사는 미분양이 몇 채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당첨자 중 실제로 몇 명이 계약했는지를 물어도 입을 닫는다.

건설사들은 이처럼 1∼3순위 청약 후 실시하는 계약 기간 안에 팔리지 않은 ‘초기 미분양’ 통계를 사실상 영업비밀에 부쳐왔다. 미분양이 많은 게 알려져 주택 수요자의 관심 밖으로 밀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초기 미분양 비율이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평균 9%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첨자 100명 중 5명꼴은 투자 가치가 없다고 보거나 자금 조달이 힘들어 계약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국토해양부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수도권 후분양 아파트 계약현황’ 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후분양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나온 수도권 아파트 중 공식 청약 및 계약 기간이 지난 뒤에도 잔여 물량이 남은 곳은 총 20개 단지였다.

이 중에서 초기 계약한 물량은 8701채로 전체(9572채)의 90.9%. 초기 미분양가구 비율이 9.1%인 셈. 수요가 적은 지방 아파트의 초기 미분양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SH공사가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서 특별 분양한 장지 8단지 158채에는 초기 계약 때 87명만 계약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 강서구에서 승윤건설과 보람건설이 내놓은 재건축 아파트의 초기 계약률도 매우 저조했던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하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로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2004년 이후 초기 미분양이 생긴 20개 단지의 당첨자 9177명 중 476명(5.2%)이 계약을 포기했다.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것은 △자금조달이 힘들거나 △투자가치가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4월 분양한 경기 부천시 중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물량은 청약 당시 전 평형이 마감됐다. 하지만 실제 계약 때는 전용면적 60∼85m² 규모의 아파트에 당첨된 40명이 계약하지 않았다. 선분양 아파트로 착각하고 청약했다가 나중에 후분양 아파트라는 점을 알고 “자금조달이 힘들다”며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많다.

앞으로 미분양이 더 쌓일 수 있다. 아파트의 질이나 주거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단지 주택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적어서라면 실수요자에겐 기회다. 이른바 ‘흙 속의 진주’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턱대고 분양사무소에 가선 진주를 못 찾는다. 분양사무소 측은 팔기 힘든 비로열층이나 남향이 아닌 가구부터 처분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 근처 중개업소부터 방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분양이 많을 때 분양사무소 측이 중개업소에 수수료를 주는 조건으로 물량들을 내놓는다.

중개업소 여러 곳에 나와 있는 물량과 분양조건을 수집한 뒤 분양사무소 측과 협상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몇 채 안 남았으니 서둘러라’라는 재촉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주변 시세가 오르는 지역 △지하철 등 교통여건이 좋은 지역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의 미분양을 고르라는 뻔한 조언들도 현장 방문 전 질문 목록으로 작성해둬야 한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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