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공제회 기금운용 비리 의혹 검찰 3개 부서 투입 전방위 수사

  • 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55분


금융조세조사부-첨단 범죄수사부-형사부 동시에 나서

이기우-김평수 前이사장 차명자금 조성 개입여부 조사

■ 前 이사장 2명 ‘정기상납 받은 단서’ 出禁

자산 규모가 14조 원에 이르러 투자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한국교직원공제회에 대해 검찰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기우, 김평수 전 이사장이 재직 중이던 2004년 이후 기금 운용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와 첨단범죄수사부,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 등 3개 부서가 각각 교직원공제회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으며, 서울 영등포구의 교직원공제회 사무실을 한 달 사이 두 차례 압수수색했다.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김 전 이사장은 최근 출국금지됐다.

▽“고위 인사에 금품 상납”=서울중앙지검 금조2부는 이, 김 전 이사장이 이사장 재직 때 부하 직원인 A 과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았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A 과장이 지인 명의의 차명 계좌에 거액을 관리해왔다는 단서를 잡고, 최근 A 과장을 3차례 소환 조사해 자금 조성 경위, 돈의 성격과 용처 등을 조사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검찰에서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등의 판공비가 적어 관행적으로 돈을 관리해왔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과장이 교직원공제회가 투자한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보관해왔다면 배임수재, 교직원공제회 예산 등을 유용했다면 횡령 혐의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김 전 이사장을 곧 소환해 이 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는지, 부하 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정치권 인사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실버타운 투자로 100억 원 손실”=서울중앙지검 금조2부는 교직원공제회가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인 ‘부산자원’에 550억 원을 대출해준 과정을 수사하면서 교직원공제회 이, 김 전 이사장이 실버타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첩보를 최근 입수했다.

본보 24일자 A12면 참조 ▶ 교원공제회 사무실 압수수색

교직원공제회는 2004년 7월 실버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던 안흥개발로부터 용지와 사업권을 30억여 원에 인수한 뒤 최근까지 모두 66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도급 순위 600위권의 안흥개발은 실버타운 사업의 시행 및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현재 분양률이 25%에 불과해 교직원공제회가 100억 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김 전 이사장이 부동산 투자 실무 직원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경위, 원금 회수 확률이 낮은데도 안흥개발 측에 각종 특혜를 제공한 배경 등을 조사 중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독일 본의 유엔컨벤션센터, 국내 골프장 등에 교직원공제회가 투자한 경위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3개 부서에서 전방위 수사=검찰의 교직원공제회 수사는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주식 매입 및 매도 과정에서 출발했다.

교직원공제회는 2006년 2월 프라임그룹 계열사인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주식 240만 주를 93억 원에 사들였다가 주가가 폭락하자 14억 원을 받고 되팔아 약 79억 원의 손실을 봤다. 이 회사의 전환사채(CB) 300억 원어치도 교직원공제회가 매입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김 전 이사장이 교직원공제회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 주식을 사라고 지시했다는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올 6월 김 전 이사장에 대해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금조2부가 부산자원의 특혜 대출 의혹 수사에 착수했고,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도 프라임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면서 교직원공제회와의 연관성을 확인 중이다.

▽투자시장의 ‘큰손’=교직원공제회는 회원 60여만 명에 7월 말 현재 자산 규모가 14조7334억 원에 달하는 등 막강한 자금력으로 투자시장에선 ‘큰손’으로 통한다.

시중에 비해 금리가 높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퇴직생활급여나 장기저축급여에 꾸준히 돈을 넣어서 현금이 마를 날이 없다.

산하 사업체도 부실 투자 의혹을 받고 있는 경남 창녕의 실버타운 ‘서드에이지’를 비롯해 대교개발, 천마개발, 교원나라의 제주호텔 자동차보험 상호저축은행 벤처투자레저개발 등 8개에 이른다. 지난해 교직원공제회의 각종 수입은 9882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과 주식 시장에서만 6조 원 이상을 굴리고 있고, 기업 인수합병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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