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이사람]2004년 비운의 은메달 미남 총잡이 진종오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1분


“궁합맞는 실탄찾아 영국까지 원정

베이징 10, 50m권총서 금 정조준”

4년 전 그날은 여전히 생생하다.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다시는 그런 일 없어야죠.”

‘스마일 총잡이’ 진종오(29·KT).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사격 권총 50m에서 본선을 1위로 통과한 뒤 결선에서도 6번째 발까지 선두를 달리다 7번째 발에서 10.9점 만점에 6.9점을 쏜 뒤 긴 한숨을 쉬었다. 표적지 중앙의 검은 원도 못 맞힌 보기 드문 실수였다. 메달 색깔이 금빛에서 은빛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한국 권총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그로부터 4년 동안 진종오는 오로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만을 정조준한 채 신경을 집중해 왔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김진희 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은 “한층 성숙해졌다. 하던 만큼만 하면 좋은 결과를 낙관할 만하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이번 올림픽에서 권총 50m와 10m 공기 권총의 두 종목에서 메달을 노린다. 올림픽에서 기록을 더 내려고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그저 평소 기록을 본무대에서도 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남은 기간 최대 과제다.

10m 공기 권총은 평균 587점(600점 만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50m 권총에서도 570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금메달을 바라볼 만하다.

최상의 컨디션을 지키기 위해 진종오는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요즘은 장거리 운전도 하지 않고 있다.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해요. 위험한 건 아예 하지 않고 있어요.”

2년 전 결혼한 그는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2세 계획도 미루고 있다.

8월 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진종오는 지난주 영국 버밍엄의 엘리 실탄사격공장을 방문했다. 자신의 권총에 딱 맞는 실탄을 찾기 위해서다. 미세한 차이로 기록이 달라질 수 있는 사격의 특성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탄환을 시험한 뒤 궁합이 맞는 제품을 찾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정성을 들였다.

다음 주에는 전북 임실군에서 한 달 동안의 마지막 합숙 훈련에 들어간다. 분지에 자리 잡은 임실의 날씨가 8월의 베이징처럼 고온다습해 현지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진종오는 동료의 양보로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던 아테네 대회 때와 달리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는 금메달 후보로 일찍부터 주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심리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도 제 몫입니다. 이겨낼 겁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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