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변희재]포털에서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인터넷 집단지성의 상징인 위키피디아의 한국어판에서 이명박 삼성그룹 슈퍼주니어 독도 등 왜곡된 정보가 유포될 가능성이 높은 71개 단어에 대해 잠정적 편집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의 한국 인터넷 환경이 집단지성으로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생산되기보다는 여론 선동의 장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7일까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국제언론인협회(IPI)총회에서도 한국의 인터넷 여론 왜곡 현상이 의제로 거론될 예정이다.

거대 포털사, 정보 취사선택권 행사

익명의 다수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어느 정도 잘못된 여론이 전파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거대 포털사가 정보의 취사선택권을 행사하고 각 정치단체와 방송사 등도 정치적 목적으로 과도한 개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광우병 촛불시위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를 부추긴 곳은 미디어다음이다. 정보 생산은 누리꾼들이 했지만 뉴스의 편집, 블로거뉴스의 선택, 아고라 토론글의 베스트 선정은 모두 미디어다음의 직원들이 결정했다. 미디어다음의 편집 방향에 맞는 글이 선택되면서 누리꾼들은 자연스럽게 일방적 정치 성향에 길들여졌다. 또 좌파 정당인 및 정치매체가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에 적극 등록해 활동했다. 논란이 되는 메이저신문 광고주 탄압도 역시 미디어다음의 직원들이 관련 글을 베스트로 올리면서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공영방송이라는 MBC 100분 토론은 돈을 벌기 위한 영리기업인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토론방과 제휴를 맺고 신원불명의 글을 지상파를 통해 널리 홍보했다. MBC는 이에 그치지 않고 ‘뉴스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고라를 자유언론의 성지라고 예찬하기까지 했다.

네이버는 이와는 다른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명박 광우병 등 정부에 불리한 키워드 검색어가 누락되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시위 기간 네이버는 상당수 누리꾼과 클릭 수를 미디어다음에 빼앗겼다.

인터넷 정보 유통에서 권력을 지닌 쪽은 생산자가 아니라 포털사와 같은 정보를 선택 배치하는 자이다. 어떤 경우에도 포털의 사업에 해가 되는 정보는 뉴스든 블로그든 아고라 토론방이든 지식iN이든 대중에 널리 유포될 수 없다. 포털사 편집진이 알아서 걸러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터넷 정보 생산이 미국의 위키피디아와 같이 정확성과 전문성을 지향할 수 없는 것도 이와 비슷한 상업적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가 정확한 정보보다 클릭 수가 높다. 클릭 수로 광고수익을 얻는 포털 측에서는 클릭 수가 높은 쪽으로 편집을 하게 된다. 정보의 정확성이 문제되면 포털사에서는 “우리에게 책임이 없고 생산한 누리꾼들 책임”이라는 말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이 들어오면 그간 누리꾼들의 표현의 자유를 외치던 포털사는 곧바로 해당 누리꾼의 신원정보를 검경에 넘겨주고 있다. 누리꾼들은 법적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포털사가 막대한 돈을 벌도록 도와주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되면 누리꾼 책임으로 빠져나가

누리꾼들은 정확한 정보를 생산할 의무가 없다. 누리꾼이 생산한 정보 중 사실이 왜곡된 것, 신원이 불확실한 자의 것, 혹은 특정 정치적 목적을 지닌 자의 것 등을 포털사 직원들이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다.

결국 누리꾼의 정보 생산으로 돈을 버는 자,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한 자에 대해서 법적 윤리적 책임을 부여하지 않고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의 인터넷 여론 왜곡 현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로 이러한 주장을 담은 글은 포털사 등에서 철저히 유통을 막아내기 때문에 여론화될 수 없다. 인터넷에서 거짓의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이다.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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