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1만명 입국… 중국동포가 98%

  • 입력 2008년 5월 15일 02시 58분


정부, 어디서 무슨일 하는지 20%밖에 파악 못해

임금차별 많이 줄어들어… 일자리 잠식 논란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중국동포 지원단체인 중국동포타운센터는 올해 1월 중국동포 3명을 고속도로 휴게소의 판매원과 주방보조원으로 취업 알선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취업하자마자 “일이 힘들다”며 모두 그만뒀기 때문이다.

중국동포타운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해외동포 대상의 방문취업(H-2) 비자 제도가 도입된 뒤 취업 등 각종 상담 건수가 이전의 2∼3배로 늘었다”며 “취업 활동이 자유로워져 일이 힘들면 곧장 직장을 옮기는 동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중국 러시아 등 외국 국적의 동포들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H-2 비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한 달 평균 1만 명 이상의 해외동포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고국을 찾고 있다.

이들 해외동포 대부분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분야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부진으로 일자리 증가세가 주춤하자 해외동포에 의한 일자리 잠식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 1년 새 14만 명 일자리 찾아 입국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H-2 비자를 발급받은 해외동포는 28만241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H-2 비자를 발급받고 국내에 입국한 동포는 14만4088명이었다. 한 달 평균 1만2000여 명이 입국한 셈이다.

5년간 유효한 H-2 비자를 가진 동포는 3년까지 국내에서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다. 일할 수 있는 업종도 종전 20개에서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 운수업 등 32개 업종으로 늘었다.

건설 현장에서는 ‘한국인 반, 해외동포 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해외동포 20∼30여 명이 택시운전 자격증을 땄다. 한 물류회사 관계자는 “일손이 부족한 택배회사 등이 중국동포 등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2 비자 발급자의 98.6%가 중국동포다. 가리봉동에서 S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동포 이모(38) 사장은 “합법적으로 일하는 중국동포들이 늘어나면서 가리봉동 일대에 빈방이 없을 정도”라며 “자동차를 구입한 동포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조호진 중국동포의집 상담소장은 “요즘은 동포끼리도 일자리 경쟁이 심하다”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동포에 의한 일자리 잠식 논란도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면 국내 노동 공급이 늘고 인력이 부족한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돼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음식점 등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는 고용시장의 주력이 해외동포에게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내국인과 동포 간 ‘2중 임금체계’가 무너지면서 임금 격차도 거의 없어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06년 외국인 특례고용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식점에서 일하는 해외동포의 임금은 내국인의 93%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일자리 잠식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4월보다 19만1000여 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개월 연속 일자리 증가폭이 20만 명을 밑돈 것이다. 특히 임시 일용직 일자리의 감소폭이 컸다.

이에 대해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성과평가실장은 “경제 성장을 감안하면 일자리가 23만∼24만 개 정도 늘어났어야 한다. 1년 새 입국한 14만여 명의 중국동포가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람에 일자리 증가세가 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정부 당국의 ‘깜깜이 통계’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인구 중 외국인의 비율은 2% 남짓이지만 고용동향 조사 대상 중 외국인이 0.7% 정도”라며 “여기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살거나 공장 기숙사에서 단체로 생활해 표본을 추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당국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H-2 비자를 받아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거나 근무처를 옮기면 노동부에 신고해야 하지만 실제 신고 건수는 전체 입국자의 20%에 그치기 때문이다.

민간 전문가들은 인력이 부족한 업종으로 중국동포의 취업을 유도해 내국인과 ‘일자리 갈등’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업종에 취업하는 해외동포에 대해 가족 동반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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