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올봄 최악 식량난 우려…美, 전문가 급파 실태파악

  •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3분


지난해 홍수에 따른 흉작과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춘궁기를 맞은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최근 ‘식량안보’ 전문가를 한국과 중국에 파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을 파악한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미 국무부 내 ‘식량안보 및 인도적 지원’ 분석가인 마크 펠럼 씨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국내 북한전문가들을 만나 최근 북한의 식량난 상황과 외부 지원 식량의 분배투명성 등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한국 입국 전 중국 선양에 들러 북한과 중국의 식량 접경무역 실태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이 50만 t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한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15일 서울발 기사에서 “올봄 북한의 식량 사정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칫 수십만∼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과 같은 대규모 아사(餓死)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신의주, 함흥 등의 시장 쌀값은 지난해 11월 kg당 1250원(북한 화폐 기준) 수준에서 이달에는 1600원으로 4개월 사이 28%나 값이 뛰었다.

정부 관계자는 “나진-선봉 경제특구의 경우 지난해까지 배급 계획량의 15%가 공급됐지만 올해는 5%도 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에 다녀온 민간단체 관계자는 “노인과 영유아들이 굶어 죽고 있으며 대규모 아사가 우려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 식량난이 심화된 것은 중국이 식량수출관세제도를 도입하고 미국과 한국 등의 인도적 지원도 줄어드는 등 외부 상황도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북한이 쌀과 비료 지원을 요청하면 국군포로문제 해결 등 ‘인도적 화답’을 조건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 외교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쌀과 비료 지원을) 요청하면 얘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3일 노무현 정부가 지원했던 쌀 40만 t과 관련해 “(이제는 거저 주기 힘든) 적지 않은 규모”라고 말한 바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은 민간 차원의 지원 활동에 나섰다.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은 20일부터 대북 식량지원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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