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쏜다 관객의 공포를 향한 마지막 한발…‘13 자메티’

  • 입력 2007년 6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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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알 일발 장전. 회전탄창을 돌리세요. 계속 돌리세요. 더 돌리세요.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 방아쇠를 당기세요! 러시안룰렛을 변형시켜 인간의 목숨을 놓고 벌이는 도박을 통해 극도의 긴장감을 끌어낸 영화 ‘13 자메티’. 사진 제공 이모션픽처스
탄알 일발 장전. 회전탄창을 돌리세요. 계속 돌리세요. 더 돌리세요.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 방아쇠를 당기세요! 러시안룰렛을 변형시켜 인간의 목숨을 놓고 벌이는 도박을 통해 극도의 긴장감을 끌어낸 영화 ‘13 자메티’. 사진 제공 이모션픽처스
‘13 자메티’는 흑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극장가에서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할 스릴러다.

스릴러는 작가주의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이지만 웬만한 연출력이 아니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 작가주의를 가장 먼저 들고 나왔던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이 가장 열광한 감독이 스릴러의 대가 알프리드 히치콕이었음을 상기해 보라.

이를 고려한다면 그루지야 출신 젤라 바블루아니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26세의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빛과 어둠의 대조를 통해 늪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은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 낸 몽환적 영상, 묵직하면서도 서서히 심장을 조여 오는 음악, 땀과 근육 그리고 눈빛만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부여한 배우들의 연기….

그루지야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가난한 청년 세바스티안(게오르기 바블루아니)은 지붕 수리 도중 집 주인이 거액의 돈이 걸린 비밀사업에 참여한다는 말을 엿듣는다. 집주인은 마약 과다 복용으로 갑자기 숨지고, 그에게 배달된 파리행 기차표와 호텔 예약확인서를 손에 넣은 세바스티안은 무작정 파리로 떠난다. 이중 삼중의 보안조치를 통과한 뒤 13이란 숫자가 적힌 번호판을 들고 비밀저택까지 무사히 도착한 세바스티안.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의 목숨을 놓고 거액의 돈을 거는 ‘집단 러시안룰렛’이란 불법 도박판이었다.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디어 헌터’를 통해 널리 알려진 러시안룰렛은 6연발 리볼버 권총에 탄알 한 발만 넣고 탄창을 회전시킨 다음 자신의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죽음의 게임이다. 이를 변형시킨 집단 러시안룰렛은 13명의 총을 가진 선수들이 원형으로 둘러서서 각자 앞사람의 뒤통수에 총을 겨누고 가운데 전등이 켜지면 일제히 방아쇠를 당기는 더 잔혹한 게임이다. 설혹 뒷사람의 총이 장탄됐더라도 그의 뒷사람이 먼저 장탄된 총을 쏴버리면 내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그 반대도 가능하기에 변수가 더 많아진다.

세바스티안이 들고온 번호판은 그가 그 죽음의 도박판에서 13번째 주자를 자원했음을 뜻한다. 자메티는 13의 그루지야어다. 뒤늦게 공포에 질려 달아나려 하지만 다른 길은 없다. 바로 총을 맞고 죽거나 그 지옥의 게임에 참여해 구사일생의 기회를 엿보는 길 외에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회전탄창에 장전되는 탄알 수가 늘어난다. 마지막 2명이 남아 서로의 관자놀이에 4발씩의 탄알이 장전된 총을 겨눌 때까지 긴장감은 거의 심장이 터질 정도다.

감독의 역량이 빛나는 부분은 이 악몽 같은 게임에 몰입하도록 하면서도 그 비인간성을 통렬히 고발하는 거리감을 유지하는 데 있다. 감독이 굳이 흑백영화를 고집한 것도 바로 그런 선정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 아니었을까. 2005 베니스 영화제 신인감독상과 2006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이미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결정됐다. 29일 개봉.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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