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과학카페]겨울 우울증은 여자를 노린다

  • 입력 2007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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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모의 여가수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많은 젊은이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다. 우울증 환자는 온종일 깊은 슬픔과 무력감에 시달리며 밤에 자주 깨어난다. 심한 경우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헛것을 보거나 듣는 환각 증세를 나타낸다.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감행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 생리적으로 남자보다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는 전 국민의 5%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5∼20%가 자살을 시도하며 3% 정도는 목숨을 잃는다. 해마다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은 5000명 정도이며 전체 자살자의 80%를 웃돈다.

우울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겹쳐 유발되는 복합질병이다. 우울증에 관련된 유전인자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부모로부터 우울증에 걸릴 성향을 물려받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누적된 스트레스 따위의 환경적 요인이 우울증의 발병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 같다.

우울증은 남자보다 여자가 두 배가량 더 많이 걸린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령 페미니즘의 시각에서는 여성 억압의 탓으로 돌린다. 남성으로부터 정신적 또는 성적으로 학대받기 때문에 여성이 우울증에 취약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여성 특유의 생식기관이나 월경을 원인으로 꼽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보다 생리적으로 민감하게 환경요인에 반응하므로 우울증에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촉진함으로써 간접적이지만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부신(副腎)에서 코티솔이라 불리는 호르몬이 다량 분비된다. 에스트로겐은 코티솔의 분비를 자극한다. 따라서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스트레스 반응이 뚜렷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요컨대 에스트로겐이 스트레스 반응에서 코티솔 분비를 촉진하므로 여자가 남자보다 우울증에 잘 걸리게 작용하는 셈이다.

○ 우울증 남자의 2배… 겨울엔 3배 많아

스트레스 못지않게 여자를 우울증에 취약하게 만드는 외부요인은 계절의 변화이다. 계절적 정서장애(SAD)라 불리는 겨울 우울증에 여자가 남자보다 3배가량 많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철에 많은 사람이 정서장애를 일으킨다. 이들은 밤이 되면 우울해지고 생각이 뒤죽박죽된다. 성욕은 갑자기 저하되고 식욕은 왕성해서 체중이 불어난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 세상만사에 시큰둥하다. 이러한 겨울 우울증은 짧은 겨울 낮에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컨대 여자가 남자보다 빛에 더 민감하므로 발병률이 높은 것이다. 최근에는 겨울 우울증이 낮의 길이뿐만 아니라 계절 특유의 냄새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 겨울 낮의 길이, 또는 냄새 등 우울증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은 결국 뇌 안에서 변화를 일으킨다. 세로토닌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제어하는 체계에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프로작이나 조로프트 같은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의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뇌에 작용한다.

우울증엔 항우울제와 함께 정신요법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계절적 정서장애의 경우 환자를 밝은 광선에 노출시킨 상태에서 장미꽃 냄새를 풍기는 향기요법이 권유된다. 이러한 치료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일 터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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