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20조원 美해군 함정 시장 열린다” K조선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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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조선사들 독점해온 유지-보수… 해군함정 가동률 늘며 한계 직면
美해군, 국내 조선사에 손 내밀어… HD현대-한화오션 ‘인증’ 진행중
시설 둘러본 해군성 “수준 놀랍다”

HD현대중공업이 2020년 필리핀 해군에 인도한 ‘호세리잘함’. HD현대 제공
HD현대중공업이 2020년 필리핀 해군에 인도한 ‘호세리잘함’. HD현대 제공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미 해군 MRO 사업은 전 세계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약 20조 원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갈등 속 미 해군 함정 가동률이 늘어나자 미 조선사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한국 조선사에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진출을 위한 인증 요건인 ‘MSRA’를 미 해군에 신청해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조선소 실사까지 마쳤다. 연내 최종 인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인증을 받으면 국내 조선사들도 미 함정 MRO를 담당할 자격을 부여받는다.

MRO는 선박 전주기에 걸쳐 ‘병원 주치의’처럼 지속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미 해군 함정의 MRO는 미 조선사들이 독점했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에 따라 안보·보안 우려 등으로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만 미국 내 운항을 허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과 남중국해 등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며 미 함정의 가동률이 높아지게 되자 덩달아 MRO 물량도 늘었다. 반면 미국 내 조선소들은 팬데믹 이후 쇠퇴기를 겪으며 MRO 물량을 맡을 조선소는 부족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우방국인 한국 조선사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미 해군이 위임받은 재량권에 따라 일부 물량과 함정에는 해외에서도 MRO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부근에서 작전 중인 미 제7함대 등은 본토에 가지 않고 가까운 한국 조선소에서 MRO를 받는 지리적 장점도 있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방산 분야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인데 함정 산업 생태계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며 “미 해군이 의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만큼 존스법에도 변화가 생겨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직접 HD현대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의 거제조선소를 찾아 MRO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워싱턴에서 열린 ‘항공우주 전시회’ 기조연설에서도 “한국에 갔을 때 선박 건조 공정의 디지털화 수준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놀랐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이 처음으로 함정 MRO 사업에 문을 여는 이번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78조7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미 함정 MRO 규모는 4분의 1 수준인 20조 원가량으로 가장 크다.

HD현대는 2022년 필리핀 해군에 인도한 함정들에 대해 국내 최초로 해외 MRO 사업을 펼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최근에는 미 펜실베니아주의 필리조선소와 미 정부가 발주한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기술 지원 등 MRO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배치-I'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배치-I'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미 현지 조선소를 가진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을 직접 인수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전 세계의 외교안보적 갈등과 국지전이 계속되며 함정 MRO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미국 해군#함정 시장#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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