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K밸류업, 세계증시 랠리서 韓만 소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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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높여 증시 부양’ 효과 부족
AI 관련주 등 주도 종목도 안보여
美-유럽 등 사상 최고가 행진에도
韓증시 상승률, 주요 10개국중 꼴찌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우며 활황을 맞은 반면 한국 주식시장은 2,700 선에서 힘겨운 고지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증시 상승률에서 한국이 주요 10개국 지수 가운데 최하위로 전락했다. 인공지능(AI) 관련주처럼 시장을 이끌어갈 주도주가 부족한 데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맥빠진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 기대감과 탄탄한 기업 실적 등 겹호재에 따른 글로벌 상승 랠리에서 한국만 소외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20대 증시 중 14개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7일 최초로 종가가 4만 선을 넘어섰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는 15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캐나다 S&P·TSX종합지수도 17일 사상 최고치에 거래를 마쳤다.

북미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주식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범유럽 주가지수 유로스톡스600과 영국 FTSE100, 독일 DAX지수 등은 15일 일제히 신고가를 찍었다.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 닛케이225는 지난해 28%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 16% 넘게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인도 증시는 정부의 투자 공약과 경제 확장에 힘입어 중국을 뛰어넘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호주 지수는 3월 기록한 최고치를 향해 다시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한국 코스피는 주요 7개국(G7)과 중국, 인도 등 10개국 지수 가운데 올 들어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가 16.52%로 가장 많이 올랐고, 이탈리아 FTSE MIB(15.97%)와 미국 다우지수(11.82%), 독일 DAX(11.54%)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코스피는 2.05% 오르는 데 그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시 부양을 위한 기업 밸류업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증시가 추세적으로 오를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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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랠리서 韓 소외
유럽도 금리인하 기대감에 호조
글로벌 증시가 고공 행진하고 있는 데는 낙관적인 거시경제 여건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올 하반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경제는 견고한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1896년 출범 후 128년 만에 사상 최초로 4만 선을 17일 돌파했다. 2020년 11월 3만 선을 돌파한 지 3년 6개월 만이다.

인공지능(AI) 열풍도 미 증시 상승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S&P500 지수 상승의 약 4분의 1에 기여한 엔비디아는 올 들어 90% 넘게 올랐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메타 플랫폼까지 포함하면 빅테크 5개 종목이 사실상 S&P500 지수 상승의 절반 이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역시 기업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낸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조지스 데버스 BNP파리바 전략가는 “유럽 기업의 75%는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충족하거나 웃돌았고 마진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금, 구리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은 영국과 캐나다 증시를 끌어올렸다. 캐나다 증시에서 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증시에 대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국내 투자,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장기적 전망이 좋다”고 블랙록은 평가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미국과 달리 지수 상승을 견인할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적고, 특정 종목 또는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 역시 주식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 보니 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투자자예탁금 등 증시 주위를 맴도는 자금 규모가 350조 원에 이른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어 제조업 의존도가 큰 한국은 소외된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한국 주식시장은 전기차 관련 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만큼 전기차 다운사이클(침체기)에 직격탄을 맞은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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