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6월 TV토론… 역대 대선 가장 빨리 맞붙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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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SNS 제안에 트럼프 수용… 6월 27일, 9월 10일 2회 대결 합의
‘9월이후 3차례’ 美대선 전통 깨
바이든, 지지율 반전 승부수 띄워
트럼프, 사법 리스크 탈출 노려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CNN 방송 주최로 다음 달 27일 첫 TV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2020년 대선 당시 두 사람이 TV 토론을 하는 모습. 내슈빌=AP뉴시스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CNN 방송 주최로 다음 달 27일 첫 TV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2020년 대선 당시 두 사람이 TV 토론을 하는 모습. 내슈빌=AP뉴시스
“트럼프는 2020년 나와 두 번 토론을 벌여 모두 졌다. 지금 그는 다시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럼 하루를 내라.”

“나는 사기꾼(crooked) 조와 토론할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할 의향이 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이 다음 달 갑작스레 열리게 됐다. 두 대선 후보는 기존 TV토론에 거부감을 표시해 왔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안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1시간 만에 받아들이며 전격 성사됐다.

양측은 다음 달 27일과 9월에 TV토론을 갖기로 합의했다. 미 대선 후보 TV토론은 일반적으로 9월에 처음 열리지만, 이보다 3개월가량 빠른 셈이다. 미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통적 방식까지 파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전했다. 지지율 반등이 시급한 바이든 대통령과 사법리스크 관리에 매달려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의 구도를 깨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바이든 “나한테 두 번 져” vs 트럼프 “한판 붙자”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CNN과 ABC방송에서 주최하는 TV토론 초대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후 영상메시지를 게시해 “난 두 번도 할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 휴정일이 수요일인 점을 거론하며 “날짜를 골라라. 당신이 수요일엔 자유롭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시간쯤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판 붙자(Let’s get ready to Rumble)”고 응수했다. 그는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인 바이든과 토론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난 토론을 두 번 이상 할 것과 더 큰 공개 장소에서 할 것을 강력히 추천하지만 바이든은 대중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두 대선 후보가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첫 TV토론은 CNN 주최로 다음 달 27일 열리게 됐다. CNN의 애틀랜타 스튜디오에서 방청객 없이 이뤄진다. CNN은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이후 방청객이 없는 첫 TV 토론”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토론은 ABC 주최로 9월 10일 열릴 계획이나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 토론으로 반등 노리는 바이든과 트럼프

미국은 통상 대선 후보 토론이 민주·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이 끝나는 9월 이후 3차례 열린다. 주최도 1988년부터 ‘초당적 대선 후보 토론 준비위원회’가 주관해 왔다. 올해 첫 토론도 9월 16일로 예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위원회가 “토론을 공정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더 이른 시기에 해야 한다”며 이견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36년간 이어진 방식과 다른 TV토론을 택한 건 서로 현 상황을 뒤집을 승부수를 노렸단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등 주요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운명을 뒤집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 묶여 선거 유세에 나설 시간이 부족한 데다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에 제3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빠지는 것도 양측에는 반가운 일이다. 미국은 TV토론에 참가하려면 최소 4개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15% 이상 지지율을 얻어야 한다.

다만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실제 토론이 성사될진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성사된 TV토론 두 번에 더해 추가로 두 번 더 할 것을 제안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거부해 현 합의가 결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대선#티비 토론#바이든#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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