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長廣舌(장광설)(길 장, 넓을 광, 혀 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3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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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래: 부처님에겐 보통 사람들과 다른 32가지의 신체적 특징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삼십이상(三十二相)’이라 합니다. 그 특징 중 하나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길고 넓은 혀를 가졌다는 건데 이게 바로 ‘장광설(長廣舌)’입니다. 부처님의 혀는 길고 넓은 데다 한없이 부드러워 혀를 길게 내밀면 혀끝이 머리카락에까지 닿았다고 합니다. 부처님 전에도 내밀면 코를 덮을 정도로 긴 혀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특징은 모두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장광설’은 거짓 없는 진실한 말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는데, 나중에 의미가 변해 한번 말을 했다 하면 사람들이 지루하게 끝없이 길게 하는 말을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이게 됐습니다. 요즘은 특히 쓸데없이 말을 길게 늘어놓는 경우를 장광설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철학이나 수사학에서 비슷한 용어로는 ‘디아트리베(diatribe)’가 있습니다. 유사한 사자성어로는 ‘이미 한 말을 자꾸 되풀이한다’는 뜻의 중언부언(重言復言)이 있습니다.

● 생각거리: 중국 송나라의 소식(蘇軾)이 임제종(臨濟宗) 황룡파(黃龍派) 2세인 동림상총(東林常總) 선사를 만나 “사람의 언어뿐 아니라 자연의 소리까지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어 시를 지었습니다. 이 시에서는 ‘시냇물 소리는 곧 부처님의 설법이며(溪聲便是廣長舌)/산의 색인들 어찌 부처님 법신이 아니겠는가(山色豈非淸淨身)/밤새 팔만사천 게송을 설하시는데(夜來八萬四千偈)/언제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他日如何擧示人)’라고 하며 부처님 말씀을 ‘장광설(광장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상조 전 청담고 교사
#풀어쓰는 한자성어#신문과 놀자#장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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