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서 내리려면[임용한의 전쟁사]〈312〉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2일 2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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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이 보복과 보복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서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은 건너지 않으려 하고는 있지만, 서로 보복을 반복하다 보면 수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란에 추가 제재를 하고,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에 부담을 무릅쓰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만족시키기는 힘든 모양이다. 미사일, 드론, 공중전으로 서로 상대를 괴롭히는 전쟁은 신개념의 전쟁이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상대를 괴롭힌다는 것 외에는 마땅한 전략적 해결 수단이 없다. 서로를 괴롭히고, 재력을 낭비하고 분노만 키워간다. 이 분노는 적에 대한 분노로 시작해서 자국 정권에 대한 분노로 확산된다.

네타냐후 정권도 내심 전쟁을 멈추고 싶을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후유증은 처리하기 힘들어지고, 반작용도 커진다. 전쟁을 끝내려면 국민을 만족시킬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데 단기간에 성과를 이룰 방법이 없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문제는 깊고 깊은 수렁이다. 군사적 승리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한다. 그 점은 이스라엘 국민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이란과 서로 보복을 반복하며 장기전으로 가면 모두가 힘들어질 뿐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의외의 타깃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레바논의 헤즈볼라이다. 하마스와 달리 헤즈볼라는 레바논 입장에서는 외래 집단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않다. 여러 정파 세력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일 뿐이다. 현재 레바논의 경제, 정치 상황은 좋지 않다. 가자 전쟁이 시작됐을 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너무 얕봤고, 이란의 지원을 과도하게 기대했다. 국제사회 압력 등 변수가 많지만, 네타냐후 정권이 헤즈볼라를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5차 중동전쟁은 아니라도 중동의 분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으로 꽤 오래 지속될 듯하다.


임용한 역사학자
#이란#이스라엘#보복#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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