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도 볼 수 없는 매력, ‘해태’로부터 헤어나지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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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타트렉’ 美작가 메노스키
2015년 한국 방문 후 한글에 심취
세종대왕 이어 ‘해태’ 소재 장편소설
“서울, 빠른 속도로 내 ‘최애’ 도시 돼”

“해태는 무서우면서도 귀엽고, 사나우면서도 친근합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미국 작가 조 메노스키(사진)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 2월 장편소설 ‘해태’(핏북)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선악을 판단하는 상상의 동물 해태에 빠져 신작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경복궁, 남산 등 서울 어디를 가든 해태와 마주치곤 했다. 해태로부터 헤어나지 못해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유명 공상과학(SF)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에서 60여 편의 에피소드를 집필한 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는 어린 시절 세계를 여행하던 이모가 한국을 방문한 뒤 보내준 갓을 쓰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년)를 좋아하고, 드라마 ‘태왕사신기’(2007년)를 본 뒤 삼국시대가 궁금해져 삼국유사를 찾아 읽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한 뒤 한글에 빠졌던 그는 2020년엔 세종대왕을 다룬 장편소설 ‘킹 세종 더 그레이트’(핏북)를 펴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처음 방문했을 때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깨닫고 엄청 놀랐다”며 “서울은 정말 빠른 속도로 내 ‘최애’(가장 아끼는) 도시가 됐다”고 했다. 그는 “한글 창제에 대해 공부하다 세종대왕에 대해 알게 됐다.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출간 후 출판사와 논의하다 ‘해태’까지 쓰게 됐다”고 했다.

신간은 1998년 서울 한복판에 큰불이 나면서 시작된다. 소방관들이 불을 진압하려고 뛰어다니는 가운데 마치 호랑이처럼 생긴 동물이 등장해 불을 먹어치운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 해태상이 살아 움직이는 해태로 변한 것이다. 그는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 이야기’ 등 서양인에게 익숙한 그리스 신화를 인용하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한국인만 이해할 만한 표현을 쓴다. 외국인이 쓴 한국 소설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이 담긴 셈이다. 그는 “‘해태’를 쓰기 위해 한국의 설화, 신화, 무속 이야기를 수년간 공부했다”며 “(경복궁, 광화문, 세종대왕상 등) 소설에 담긴 서울에 대한 묘사는 내가 발품을 팔아 도심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간을 영어로 썼다. 하지만 한국어로 작품을 쓰고 싶어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아직 한국어 수준은 서툴다. 한국어 중엔 ‘산들바람’, ‘시원하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美작가#메노스키#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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