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 구경하고 족욕으로 피로 풀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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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한방진흥센터 중심으로
전통시장 일대를 관광 명소로 조성
약선음식 체험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
한의약박물관 운영해 한의학 홍보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족욕 체험을 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중심으로 경동·약령시장 일대를 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족욕 체험을 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중심으로 경동·약령시장 일대를 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족욕기에 물을 발목까지 넣어주세요. 이제 돌아다니면서 약초 입욕제 넣어드릴게요.”

14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족욕 체험을 진행하던 센터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오전 시간이었지만 체험객 10여 명이 센터 2층 야외에 있는 족욕 체험장에 둘러앉아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족욕기 안으로 발을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센터 관계자는 “동의보감에도 언급된 대로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두한족열’을 느낄 수 있도록 족욕 시간은 20분 정도로 제한한다”며 “계절별로 다른 입욕제를 사용해 한방 약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방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구는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중심으로 최근 주목받는 경동시장 일대를 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 한의학 알리고 주차난도 해소

국내 최대 한방 산업지인 ‘약령시장’ 인근에 있는 한방진흥센터는 2017년 10월 개관했다. 당시 구는 인근의 약령시장과 경동시장 등 전통시장 방문객의 주차난을 해소하고 차별화된 한방 체험 관광상품을 확대해 관광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지하 1∼3층은 공영주차장으로, 지상 1∼3층에는 센터를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1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센터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한의학을 알릴 수 있도록 한의약박물관부터 족욕 체험, 약선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족욕 체험에도 계절별로 봄에는 쑥, 여름에는 박하,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홍삼 등 약초로 만든 입욕제를 활용한다. 센터 관계자는 “조선시대 동대문구에 있던 구휼 기관 보제원의 정신적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웰니스’ 체험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구 보건소에서 한의사와 간호사 한 명이 센터에 상주하며 사전 예약자에게 진맥과 건강 상담 등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을 결합한 단어다.

이날 족욕 체험장을 방문한 이용객들은 센터가 운영하는 ‘만 원의 행복’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센터는 이달부터 선착순 2000명에게 약초 족욕 체험을 포함해 보제원 한방체험, 한의약박물관 관람, 전통 한방차 시음까지 한꺼번에 1만 원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채원 씨(21)는 “한옥으로 되어 있는 야외 족욕장에서 바람을 쐬며 따뜻하게 족욕을 하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경동·약령시장 관광 명소로 조성

센터가 조성된 이후 경동시장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경동시장 내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복고풍의 ‘스타벅스 경동 1960’이 조성돼 이곳을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도 늘었다고 한다. 경동시장 방문객은 지난해 3월 12만9153명에서 9월 13만2572명으로 늘었다. 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중장년층 중심의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했는데 최근에는 MZ세대로 타깃층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 유튜버가 경동시장을 순대 1kg을 4000원에 팔고 있는 ‘가성비 시장’으로 소개해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구는 센터를 중심으로 이곳 일대를 관광 명소화할 계획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경동시장은 본래 한약을 사러 나온 노년층이 많아 ‘노인들의 홍대’라고 불렸지만 최근엔 청년층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경동시장#족욕체험#서울한방진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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