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 코앞인데… 해외 게임사는 제재 ‘무풍지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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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 22일부터 확률 미공개 제재… 中 등 해외社 일부는 연락처도 몰라
구글 등 게임장터에 정보 요청해도… “사업자에 영업비밀 유출 강요” 반발
국내 게임사만 집중 규제 우려 나와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개정 게임산업법이 22일 시행된다. 법 시행이 목전이지만 법을 지키지 않는 게임사에 대한 제재 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제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중국 등 일부 해외 게임사에 대해서는 연락처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게임사만 역차별받는 ‘반쪽짜리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구글, 애플, 원스토어 등 게임을 유통하는 10개 게임장터 운영사와 해외 게임 규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게임위는 구글, 애플 등에 해외 게임사에 대한 사업자 정보와 매출 규모 등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장터 운영사들은 “영업비밀을 유출하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연평균 매출 1억 원 이상 게임사는 이용자들이 유료 구매하는 아이템의 성능, 효과 등이 우연히 결정되는 경우(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성능 좋은 아이템이 덜 나오도록 임의로 확률을 변경해 이용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른바 ‘희귀템’을 확보하기 위한 과도한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 구매)을 막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외 게임사들에 대한 제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게임 매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은 대부분 국내에 사무실이나 지사가 없다. 게다가 법을 위반한 업체의 매출이 1억 원이 넘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법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연락처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위는 게임장터 사업자 측에 게임사에 대한 정보를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장터 사업자도 게임을 유통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게임장터 사업자 관계자는 “규제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위에 떠넘긴 내용을 다시 게임위가 게임장터 사업자에 떠넘기고 있다”며 “공개되지 않은 매출 정보를 기관에 넘기는 것은 ‘영업비밀 유출’에 해당한다. 법적 위험을 사업자에 강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국내 게임사만 집중적인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의 98%는 2015년부터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를 준수해 왔지만 해외 게임사는 56%만 따랐다.

법을 위반한 게임물을 감시하기 위한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모바일, PC, 콘솔 등에서 100만 개 정도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을 위한 인원은 27명에 불과하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나오는 모든 게임을 모니터링하기는 어렵다. PC방 인기 순위, 앱장터 인기 순위에 올라온 게임을 우선적으로 본다”며 “이용자의 제보를 받거나 이슈가 되는 게임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 공방과 인력 부족으로 공정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용자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8일 경기 성남시에서 열린 게임물 사후 관리 업무 설명회에서 “모니터링 인원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를 시행한 뒤 인원이 부족할 경우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 마련 등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확률형 아이템 규제#해외 게임사#제재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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