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도전 N수생 문의 빗발쳐… 지역인재전형 ‘지방 유학’ 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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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에 입시업계도 요동
2025년 2000명 증원 땐 5058명… SKY 이공계 수 초과해 쏠림 예상
합격선 낮아져도 경쟁 치열할 듯… 지방대 의대 ‘지역인재전형’ 유리
수도권서 지방 전입학 문의 늘어… 권역-대학별 선발 방식 확인해야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2000명 늘려 5058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후 입시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대형 재수학원에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재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의대 진학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올 4월 각 대학에 의대 증원분이 실제로 배분되면 N수생(대학입시에 2회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지방 의대 중심으로 증원하고, 이들 대학에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자녀가 어린 학부모들은 지방으로의 이사를 고민하기도 한다. 의대 증원은 의대뿐 아니라 이공계와 치대 한의대 약대 등의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의대 입학정원, SKY 이공계열보다 많아져

이번에 증원된 2000명은 2025학년도 기준으로 서울대 이공계열 전체(1775명)보다 큰 규모다. 전체 의대 정원 5058명은 SKY 이공계열 전체(4882명)를 뛰어넘는다. SKY 이공계열에 갈 만한 점수대의 수험생이나 재학생이 의대로 쏠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정원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합격점수는 하락할 전망이다. 각 대학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한 2023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점수 자료에 따르면 의대 합격 가능 점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수학, 탐구 2과목의 백분위 합산 300점 만점 중 285.9점이다. 이 점수는 의대 등록자가 100명일 때 70등의 점수에 해당한다.

종로학원은 의대가 2000명 증원되면 합격 가능 점수가 281.4점으로 현재보다 4.5점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능 문항이 2∼4점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는 네댓 개 문제만 틀려도 지방 의대 진학이 어렵지만 앞으로는 한두 문제를 더 틀려도 의대 합격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합격점수 하락과 별개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SKY 재학생과 치대 한의대 약대 재학생 등 상위권 수험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방 학생들은 의대 진학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방 의대 중심으로 증원하고 이들 대학이 지역인재전형으로 신입생을 60% 이상 선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이 ‘어디가’에 공개된 2023학년도 정시 최종 등록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방 의대 수시 지역인재전형 중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균 합격 내신은 2.08등급으로 서울권 의대(1.44등급)와 차이가 있었다. 최저 합격선은 4.16등급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해당 사례는 자율형사립고 출신으로 내신이 매우 낮았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울권 의대는 자사고 출신이라도 1등급대여야 합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지역인재전형 중 학생부교과전형의 내신 평균 합격선 역시 지방 의대는 1.27등급, 서울권은 1.06등급이었다. 최저 합격선은 지방 의대가 1.51등급인 반면 서울권 의대는 1.18등급이었다.

● “지방 중고교 유학 늘 것”

지방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자녀들의 중고교 유학을 고민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올해 고교 1학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7학년도까지는 해당 지방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고교에 입학한 후 졸업하면 지역인재전형으로 지방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도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졸업해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가 초등학생인 학부모 중 일부는 지방 교육청에 전화해 전입학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일찌감치 초등학교 때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 수도 있다”고 했다.

지방 의대를 생각하고 있다면 지역이 △충청권(대전, 세종, 충남, 충북) △호남권(광주, 전남, 전북)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강원권 △제주권 등 6개 권역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권역별 진학 방식이기 때문에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학생은 광주에 있는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뿐만 아니라 전북 소재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에도 지원할 수 있다.

각 대학이 지난해 공고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호남권(309명) 의대가 지역인재전형 정원이 가장 많다. 대학별로 2025학년도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높은 곳은 △동아대(89.8%) △부산대, 전남대(각 80.0%) △경상국립대(75.0%) 등이다. 낮은 곳은 △가톨릭관동대(20.4%) △연세대 미래캠퍼스(24.7%) △한림대(27.6%) 등이다.

현재 지방 의대들은 경쟁적으로 지역인재전형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늘릴지는 각 대학이 5월에 수정 공고하는 전형계획을 확인해야 한다. 전형계획이 확정돼야 향후 중고교생 지방 유학 수요가 어느 지역으로 쏠릴지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지방 의대 지역인재전형#중고교 유학#의대 정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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