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충분히 돈이 되는 게임 시장[조영준의 게임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2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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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 ‘추억’이라는 단어의 사전 정의입니다. 대개는 과거에 좋았던 일을 회상하는 데 흔히 말합니다. 고향에 대한 추억, 어린 시절 친구에 대한 추억 등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기억을 쌓고 있고, 작은 계기로 그 추억을 떠올리곤 하죠.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게임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돈을 쓰면 어린 시절 즐겼던 추억의 게임이나 게임기를 그 시절 그대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과거보다 더 뚜렷하고 선명한 화면으로 돌아온 게임도 즐길 수 있습니다. 

레트로 게임이나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열풍이 게임 시장에도 불면서, 어린 시절 추억으로 간직했던 게임을 추억에서 소환해 현재에서 다시 즐기는 현재진행형으로 바꿀 수 있게 됐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추억이 돈이 되는’ 시장이 열린 셈입니다.

슈퍼 패미컴 미니 (출처=닌텐도)
슈퍼 패미컴 미니 (출처=닌텐도)


레트로 게임기 복각 열풍…수억 원 게임팩 등장
실제로 지난 2015년 이후로 게임 시장에는 레트로 게임기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80~90년 대를 풍미한 추억의 게임기들이 복각되어 돌아온 거죠. 과거 뚱뚱한 브라운관 TV에 AV 케이블로 연결하며 즐겼던 사용자들이 최신 LCD/LED TV에 HDMI 케이블로 연결하고 그때 그 추억의 게임에 빠져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패밀리’나 ‘현대 컴보이’로 잘 알려진 닌텐도의 ‘패미컴’부터 시작해, ‘슈퍼 패미컴’이 ‘미니’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죠. 특히 이들 게임기에는 여러 게임도 미리 탑재되어 있었는데요. 그 시절 ‘갤러그’부터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팩맨’, ‘스트리트 파이터 2 터보’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국내에서 복각된 재믹스 미니 / 제공=네오팀
국내에서 복각된 재믹스 미니 / 제공=네오팀
뿐만 아니라, ‘소닉’으로 유명한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나 오락실용 케이스 ‘아스트로 시티’를 축소시킨 ‘아스트로 미니’ 시리즈도 등장해 그 시절 추억을 현실로 소환했습니다. 작은 화면으로 즐기는 ‘버추어 파이터’는 색다른 기분을 전해줬죠.

이 외에도 ‘킹 오브 파이터’ 시리즈 등 유명한 오락실 게임을 다수 보유한 네오지오도 ‘네오지오 미니’를 선보였고, 격투 게임에 특화한 아케이드 스틱 형태의 게임기 외에, 국내에서 ‘재믹스’도 복각되며 레트로 게임이 복각 열풍에 불을 붙였습니다.

한화 약 22억 원에 판매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 출처=랠리
한화 약 22억 원에 판매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 출처=랠리
이러한 복각 게임기가 등장했음에도 그 시설 게임 원본에 대한 추억은 여전히 게이머들을 자극하나 봅니다. 80~90년대 실제 게임기에서 사용하던 게임 카트리지가 수십만 원에 달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는 1985년 등장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미개봉 게임 카트리지가 무려 우리 돈으로 23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 시세 조작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추억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게 된 것입니다.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그리고 클래식
동시에 게임 시장에는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열풍도 불었습니다. 리마스터와 리메이크는 추억의 게임을 그 시절 모습 그대로가 아닌 한층 업그레이드된 품질로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리마스터는 옛 게임의 해상도를 높이거나 사운드를 강화하는 비교적 간단한 형태고, 리메이크는 과거 게임을 기반으로 게임 자체를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1편부터 6편까지 모든 시리즈를 더 발전된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는 ‘파이널 판타지 픽셀 리마스터’와 RE 엔진을 사용해 돌아온 ‘바이오 하자드 RE 2’와 같은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돌아온 추억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 제공=라인게임즈
돌아온 추억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 제공=라인게임즈
아울러 최근에는 추억의 게임을 떠올리는 주기가 짧아지고 좀더 향상된 기기 성능으로 즐기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이 많아, 비교적 최신 작품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도 출시 이듬해인 14년 리마스터 버전이 발매됐고, 22년에는 리메이크 버전까지 등장해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러한 열풍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게임 개발사인 라인게임즈 레그스튜디오를 통해 국산 대표 RPG IP(지식 재산)인 ‘창세기전’ 시리즈가 재탄생했습니다. 새롭게 돌아온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90년대 PC 게임을 즐긴 게이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죠.

22년에 공개된 ‘아이온’ 클래식 / 제공=엔씨소프트
22년에 공개된 ‘아이온’ 클래식 / 제공=엔씨소프트
게임 추억은 패키지 게임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들도 과거 추억을 살려 과거 버전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좋았지’라던 게이머들의 바람을 반영해 선보인 결과입니다. 전 세계 게이머에게 큰 사랑을 받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이나 ‘아이온 클래식’이 대표적입니다. 반짝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도 계속돼야
게임사들의 이 같은 ‘추억 팔이’는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올해 가장 큰 기대작으로 ‘파이널 판타지 7’의 리메이크 3부작 중 2부인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가 꼽히고 있으며, 올해 대형 기대작으로 기대되는 ‘용과 같이 8’에는 ‘버추어 파이터 3tb’가 탑재될 예정이라 이를 위해 게임을 구매하겠다는 게이머들도 나올 정도입니다. 국내 개발사인 넷마블도 자사 대표작인 ‘세븐나이츠’를 리메이크한 ‘더 세븐나이츠’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죠.

세븐나이츠 리메이크 ‘더 세븐나이츠’ /제공=넷마블
세븐나이츠 리메이크 ‘더 세븐나이츠’ /제공=넷마블
추억이 돈이 된 게임 시장. 다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검증된 과거 게임을 리마스터 또는 리메이크하기에만 열을 올리기 보다, 신규 IP 개발과 연구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올해에도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계속되는 건강한 게임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라봅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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