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미용가위 ‘국산화의 꿈’, 디지털 기술 만나 ‘날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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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점의 디지털 혁명 〈2〉서울 관악구 ‘가위연구소’
미용가위 시장 혁신 위해
디지털 접목해 체험형 매장 열어

서울 관악구에 있는 가위연구소의 첫 미용가위 편집숍 ‘베지오’에서 문태영 가위연구소 대표가 공단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설치한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은 인터비즈 매니저 lje2485@donga.com
서울 관악구에 있는 가위연구소의 첫 미용가위 편집숍 ‘베지오’에서 문태영 가위연구소 대표가 공단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설치한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은 인터비즈 매니저 lje2485@donga.com
“한 개에 100만 원 이상 하는 미용가위를 구입하면서 어떤 제품이 맞는지 체험도 못 해보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체험형 매장을 열었습니다.”

국내 최초 미용가위 편집숍 ‘베지오(Vegio)’를 운영 중인 문태영 가위연구소 대표는 원래 미용 재료 방문 판매 일을 하던 세일즈맨이었다. 그러던 중 국내 미용가위 시장의 문제점을 깨닫고 합리적인 가격의 국산 미용가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9년 가위연구소를 창업했다.

문 대표가 생각한 국내 미용가위 시장의 문제점은 불투명한 유통 구조였다. 국내 미용가위 시장은 약 2000억 원 규모인데 일본산 고가 제품이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대부분 국내 총판 없이 개인 딜러를 통해 유통되다 보니 가격이 정가보다 비쌌다. 국내산이 일본 제품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수년간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문 대표는 가위연구소를 차리고 ‘하이브 시저스’와 ‘시저스 마스터’라는 국산 브랜드를 론칭했다. 판로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국내 가위 공장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유통 과정을 단순화해 가격을 낮췄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방문 판매 시절 닦아둔 거래처를 중심으로 반응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이 간절했다. 방문 판매의 특성상 찾아갈 때 들고 가서 선보일 수 있는 가위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미용사들에게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오프라인 체험 매장을 고민하던 문 대표의 눈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 사업’이 들어왔다.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을 열고 싶어도 금전적인 문제로 고민하던 문 대표는 이 사업을 통해 체험형 매장 인테리어비 1300만 원(전체 비용의 65%)과 3D 가상체험 프로그램 구동 사이니지 비용 700만 원(전체 비용의 70%)을 지원받았다.

문 대표가 방문 판매에만 의존하던 미용가위 업계의 관행을 깨고 최초로 체험형 매장과 디지털 기술을 갖춘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을 설치하자 기존 고객인 미용사들 외에 가위 산업 관계자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일본의 프리미엄 미용가위 제조업체 중 한 곳인 시저스저팬은 문 대표의 이런 행보에 주목해 한국 총판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고 자체 브랜드도 개발하는 등 진정성을 보고 일본 업체에서 좋은 제안을 해줬다”며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 사업 덕분에 평소 꿈꾸던 미용가위 산업 혁신의 첫발을 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자체 제작 브랜드 ‘하이브 시저스’ 등을 통한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그는 “국내 미용가위가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한다”며 “새로 설치한 VR 가상매장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어려운 해외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미용가위#국산화#날개#골목상점#가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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