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미 “北은 공동위협” 명시… 4년만에 ‘동맹 국방비전’ 채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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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미SCM서 공동성명外 발표
美조기경보위성 정보 즉각 공유도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  日은 화상 참여 신원식 국방부 장관(왼쪽)이 12일 방한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를 하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한미일 국방장관이 다자 국제회의
 틀이 아닌 별도의 자체 회의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제공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 日은 화상 참여 신원식 국방부 장관(왼쪽)이 12일 방한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를 하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한미일 국방장관이 다자 국제회의 틀이 아닌 별도의 자체 회의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제공
한미가 13일 열리는 양국 국방 최고위 연례 회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공동성명과 별도로 한미의 공동 위협을 북한으로 명시한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채택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 운용 수단인 미 전략폭격기, 미 전략핵잠수함 등 확장억제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향후 한미가 공동으로 기획해 실행한다는 구체적인 지침도 문건에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의 국방비전 발표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11월 열린 SCM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발표된 국방비전엔 ‘북한’이라는 단어가 아예 빠져 있었다.

12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제55차 SCM을 연 뒤 공동성명에 이어 한미동맹 국방비전도 발표한다.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군 당국의 지침을 비롯해 향후 30년간 한미 군사동맹의 발전 방향을 축약한 상징적 문건이다.

문건에는 그동안 미국이 기획하고 실행해 오던 확장억제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공동 기획과 실행을 통해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 전개’로 전환한다는 등의 핵심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2019년 국방비전에는 한미가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명시하면서도 정작 어떤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지가 없었다”며 “이번엔 위협을 명확히 하는 한편 한미 연합훈련 확대를 통한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공동성명에는 미국 조기경보위성이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탐지한 발사 시간 등 구체적 정보를 즉각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 군의 관련 대응 능력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美전폭기 등 대북 확장억제 전력, ‘한미가 공동 기획-실행’ 적시


4년만에 ‘한미동맹 국방비전’ 채택
2019년엔 외교적 수사 나열 수준… 이번엔 ‘北위협’ 명시-韓역할 강화
軍 “양국 장군, 전폭기 동반 비행 등… 국민 체감할수 있는 동맹사례 늘듯”

13일 한미 국방장관 연례 회의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발표될 ‘한미동맹 국방비전’의 핵심은 한미의 공동 위협을 4년 만에 북한으로 명시한 점이다.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제의 실행력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한다는 점도 적시됐다.

정부 소식통은 “동맹의 이정표를 담는 문건 성격상 전략폭격기나 핵전략잠수함 전개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 11월 발표된 국방비전에 비해선 한미동맹이 100주년까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뚜렷이 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55회째인 SCM을 계기로 공동성명 외에 ‘국방비전’ 형태의 문건이 발표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국방협력지침)과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1월(국방비전)에 이어 세 번째다.

● “확장억제 공동 기획 구체화… ‘동맹 100주년’ 발전 방향 제시”


이번 문건에는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해 확장억제를 공동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내용의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로의 발전’ 방향이 담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 소식통은 “국방비전 도입부에 한미의 공동 위협이 북한이라고 명시됐다”며 “위협 주체부터 분명히 해야 이에 대응할 확장억제 강화의 방법론도 제시할 수 있는 등 장기적인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비전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2019년 SCM 개최를 계기로 발표된 ‘미래 한미동맹 국방비전’보다 양국 협력 수위가 한층 격상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한미는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한다는 내용을 담기는 했지만 정작 위협의 주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 때문에 외교적 수사가 방향성을 잃은 채 나열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북핵 및 미사일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확장억제와 관련해서도 ‘확장억제 강화를 지속해 나가기로 한다’는 형식적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한국의 역할은 없었다. 한미동맹의 공고함이나 연합방위 의지를 보여주기엔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확장억제 전개를 한미가 공동 기획·실행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건 지난해 열린 제54차 SCM 공동성명에 처음 명시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열린 첫 SCM에서 이를 못 박은 것.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한국의 결정권 강화를 뜻하는 ‘공동 기획’도 최초로 적시했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양 장관은 (확장억제의)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공동성명에 이어 국방비전에까지 재차 포함하기로 한 건 확장억제 전력의 한반도 전개 시 함께 협의해 결정한다는 한미의 의지를 장기 비전으로 공식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SCM 공동성명은 지난 1년간 한미동맹의 성과와 단기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건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 방향성을 담은 비전에 이를 다시 명시해 확장억제 공동 기획을 거스를 수 없는 동맹의 큰 흐름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한미 대장 전략폭격기 동반 비행 실현 가능성”


군 안팎에선 한미동맹의 향후 30년간의 방향을 제시해줄 국방비전에 이런 내용이 명시되면 국민들에게 그 실체가 잘 와닿지 않던 ‘한미의 확장억제 공동 기획 및 실행’을 한눈에 보여주는 ‘체감형 확장억제 전개’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19일에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 B-52H가 최초로 국내 공군 기지에 착륙했다. 한미는 이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확장억제 전개 공동 기획 및 실행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장기 국방비전에 ‘공동 기획 및 실행’이 못 박히면 국민들도 북핵 및 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의 공동 기획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비슷한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가 한미동맹 발전 방향으로 재확인되면 향후 북한의 고강도 도발 시 전략폭격기에 한미 4성 장군이 최초로 함께 타고 한미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는 방안 등 보다 다양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전략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국#미국#북한#공동위협#동맹 국방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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