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가 직접 개최하는 게임대회… ‘풀뿌리 e스포츠’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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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방식도 유저 목소리 반영
“게임사와 방송인의 동반 상승효과”
게임사들도 대회마다 전폭 지원

지난해 11월 국내 게임 전시회에서 열린 피파온라인 4 게임대회 ‘뿌드컵’ 결승전 행사 모습. 인터넷 방송인 ‘두치와뿌꾸’가 주최한 이 게임 대회에 수많은 오프라인 관람객이 몰렸다.
지난해 11월 국내 게임 전시회에서 열린 피파온라인 4 게임대회 ‘뿌드컵’ 결승전 행사 모습. 인터넷 방송인 ‘두치와뿌꾸’가 주최한 이 게임 대회에 수많은 오프라인 관람객이 몰렸다.
이달 4일 서울 송파구의 e스포츠 경기장 ‘비타500 콜로세움’에서 넥슨의 온라인 축구 게임 ‘피파온라인 4’ 대회 조추첨 행사가 열렸다. 박정무 넥슨 피파온라인 그룹장이 추첨자로 나서고,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대형 경기장과 전문 제작진이 투입되는 등 공식 e스포츠 대회를 방불케 했다.

행사 주최자는 아프리카TV도, 넥슨도 아닌 유명 인터넷 방송인 ‘두치와뿌꾸’. 넥슨과 아프리카TV는 상품이나 제작 후원을 위해 참여했으며, 행사 현장 중계 및 홍보에는 수십만∼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인기 BJ 31명이 참여했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대거 행사에 참여하며 대회 관련 영상들의 조회 수는 누적 시청자 수 272만 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대회가 흥행하자 게임사도 적극 나섰다. 넥슨 관계자는 “지난해 진행된 같은 대회에 비해 넥슨캐시 지원금을 9배 가까이 늘렸다.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관중을 초대하고 장소 대관과 각종 이벤트 등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사가 주최하고 운영하던 게임 대회의 운영 주체가 이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로 변하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 게이머들의 영향력이 커지며 단순히 게임 자체를 떠나 e스포츠 대회의 운영에까지 게이머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신규 게이머가 증가하고 게임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영상으로 게임을 즐기는 ‘보는 게임’ 수요가 늘며 이 같은 ‘풀뿌리 e스포츠’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주도적으로 인터넷 방송인을 섭외해 대회를 만들 경우 관련 비용이 매우 크다”며 “반면 유저나 인터넷 방송인이 자발적으로 여는 대회는 이용자 참여가 프로리그보다 더 높은 경우도 많아 게임사와 방송인의 동반 상승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도 ‘풀뿌리 e스포츠’가 게임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운영하는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및 지역 PC방 간 대회 등 다양한 주체가 자체 진행하는 대회에도 게임 타이틀과 대회 전용 서버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이머가 중심이 된 e스포츠 대회의 특징은 게임의 운영과 방식, 팀 구성까지 유저들의 목소리가 반영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TV에 따르면 피파온라인 외에도 인터넷 방송인들이 유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하는 ‘CK문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리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명칭을 따와 CK 앞에 인터넷 방송인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대회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게이머와 인터넷 방송인의 역할이 커지며 이들 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게임사들의 정책도 나오고 있다. 넥슨은 이용자가 영상 크리에이터를 후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8일 공식 출범했다. 이용자가 본인이 응원하는 크리에이터를 선택하면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때 금액의 일부가 크리에이터의 후원 포인트로 쌓이는 방식이다. 최성욱 넥슨 퍼블리싱라이브본부장은 “이용자와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관계를 형성하고 교류하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풀뿌리 e스포츠#게임대회#피파온라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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