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스타일’로 패션산업 도전장… “한국 대표 브랜드 만들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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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업사이클링 패션스타트업 CEO 3인
박준범 리비저너리 대표 “재활용 섬유로 근사한 남성복을”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폐타이어로 편안한 신발 제작”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 “브랜드 중고거래로 품질 보증”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박준범 리비저너리 대표,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왼쪽부터)가 각각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KAIST 사회적 기업가 경영전문대학원(Impact MBA) 과정 졸업생으로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박준범 리비저너리 대표,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왼쪽부터)가 각각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KAIST 사회적 기업가 경영전문대학원(Impact MBA) 과정 졸업생으로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8만2422t.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버려진 의류의 양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하루 평균 225t씩 옷가지가 버려지고 있다. 최신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을 갖춘 ‘패스트(fast) 패션’ 등의 영향으로 의류 폐기물은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른 ‘패스트 패션’에 맞서 의류 폐기물을 줄이는 착한 패션으로 패션 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원단으로 남성복을 제작하는 ‘리비저너리’ 박준범 대표,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드는 ‘트레드앤그루브’ 이온 대표, 중고 의류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마들렌메모리’ 유재원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2013년 KAIST 경영대학과 SK그룹이 협력해 신설한 사회적 기업가 경영전문대학원(Impact MBA) 과정 출신이다. 이 프로그램은 역량 있는 청년 기업가를 양성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발굴 및 구체화하며, 이를 창업과 성공적인 경영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옷에 대한 관심이 환경에 대한 사랑으로
‘Impact MBA’ 과정 졸업생 중에서도 박 대표, 이 대표와 유 대표는 환경과 옷에 관한 관심을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창업으로 발전시켰다. 재활용 의류와 신발을 생산하거나 중고 거래를 통해 가능한 한 오래 입고 쓰도록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좋은 옷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찾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게 취미였다. 그는 우연히 수강한 ‘환경 디자인’ 수업에서 바다에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알게 됐다. 이를 재활용할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활용 섬유 개발에 뛰어들었다.

패션 철학이 확고했던 박 대표는 재활용 섬유를 활용한 의류들이 아웃도어 위주로 생산되는 데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재활용 섬유로 만든 옷도 데이트나 파티에 입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예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2018년 12월 남성복 브랜드 ‘몽세누’를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리비저너리는 하반기에 일상에서 입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방송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폐타이어에 끈을 묶어서 샌들처럼 신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폐타이어를 신발 밑창으로 재활용하면 타이어가 소각되거나 매립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 문제도 함께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트레드앤그루브’라는 사명도 타이어 관련 용어에서 따왔다. 트레드는 노면에 닿는 바퀴의 접지면, 그루브는 접지면에 새겨진 무늬를 뜻한다. 이 대표는 “누구나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드는 게 우리의 신조”라고 말했다.

중고 거래에 관심이 많았던 유 대표는 지난해 2월 브랜드 전용 중고 거래 서비스 ‘릴레이’를 론칭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브랜드들이 직접 자사 중고 의류를 판매하면서 품질을 관리하는 추세”라며 “한국은 중고 거래가 개인과 개인 위주로 이뤄져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게 문제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릴레이는 현재 코오롱FnC의 공식 중고 거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의류가 거래되던 기존 중고 거래와 달리, 릴레이는 고객들로부터 럭키슈에뜨, 코오롱스포츠 등 산하 브랜드의 중고 물품을 매수하고, 물품의 상태를 분류한 뒤 세탁, 수선과 재포장 과정을 거쳐 이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 “한국의 ‘프라이탁’ 목표”
세 기업은 버려지는 쓰레기를 의류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있다. 리비저너리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드는 티셔츠는 한 벌을 만드는 데 500mL 페트병 20개가 활용된다. 그만큼 버려지는 페트병이 줄어드는 셈이다. 트레드앤그루브의 신발은 한 켤레당 약 9kg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가진다.

이들은 사업 경력이 길지 않지만 기존 패션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리비저너리의 브랜드 몽세누는 매출이 2019년 1500만 원에서 2021년 3억7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트레드앤그루브는 한국타이어, 롯데렌터카, SK하이닉스 등 기업들과 협업하고 폐타이어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다. 마들렌메모리는 릴레이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2억 원을 달성했다.

세 대표는 입을 모아 “친환경 패션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마들렌메모리는 릴레이 서비스 고객사를 다른 패션 대기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재활용 가방이라고 하면 스위스 ‘프라이탁’이 대표적”이라며 “재활용 신발을 떠올리면 트레드앤그루브가 떠오르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 대표도 “‘친환경’이라는 꼬리표를 떼고도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친환경 스타일#업사이클링#패션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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